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4일로 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지 1년을 맞았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올해 별도의 취임 1주년 행사는 열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임을 고려한 조치다. 대한항공 경영 악화 뿐 아니라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든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한 3자연합(조 전 부사장·반도건설·KCGI)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된 상황인 만큼 취임 1주년을 맞은 조 회장의 어깨가 무겁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코로나19 장기화로 유동성 마른 대한항공…산은·수출입銀 1조 수혈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해 전례 없는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매달 수천억원의 자금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이달부터 전체 인원의 70%가량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실시하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으로 전해졌다. 서울 송현동 부지를 비롯한 유휴 자산 매각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태다.
대한항공의 지난달 국제선 여객수는 전년 동월 대비 87% 추락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세워둬야 하는 비행기가 전체(145대)의 3분의 2 수준에 달했다.
실제 조 회장은 지난달 29일 “항공산업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커다란 위기에 직면했다”며 “회사의 자구노력을 넘어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항공기 리스요금과 공항사용료, 착륙료 등 고정비와 인건비 등으로 매달 고정비용이 6000억원에 달해 지난 1분기 약 2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후에도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다행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대한항공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1조원대 자금을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원에는 아시아나항공과 같이 ‘마이너스 통장’ 형식의 한도대출이 포함되고, 보증과 영구채 매입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이와 함께 자금난 해소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정부의 지원책에 맞춰 대주주가 자구책을 마련하는 자구안의 성격도 있다는 평가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용평가사들의 항공사 신용등급 하락과 코로나19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회사채 발행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대한항공의 자금 조달 수단은 사실상 유상증자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hr >
◆ 경영권 분쟁 장기화…3자 연합 추가 지분 확보로 임시주총 2라운드 예고조 회장은 지난달 경영권 분쟁 1라운드격인 한진칼(지주사) 주주총회에서 3자연합에 완승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내부 결속은 다졌으나 이는 시작일 뿐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주총 이후 3자연합이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며 2라운드가 예고된 탓이다.
재계 등에 따르면 3자연합의 한 축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는 지난달 한진칼 주총 후 꾸준히 한진칼 주식을 장내 매수하며 지분율을 주총 당시 42.13%에서 42.75%로 끌어올렸다. 반도건설의 의결권 제한으로 지난달 주총 당시 인정된 3자연합의 지분율은 31.98%였다.
이에 조 회장과 3자연합 간 지분율은 역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 측 우호세력이던 카카오는 한진칼 주총을 전후로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대부분 정리했기 때문이다. 이에 조 회장 측 우호지분율은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을 비롯해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 특수관계인, 델타항공, 대한항공 사우회, GS칼텍스 등 총 41.3%로 내려갔다.
경영권 분쟁 2라운드 격인 임시 주주총회가 머지 않아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상법에서는 이사의 중도 해임이 주총에서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하는 특별결의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해 3자연합이 지분 추가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가을이 되기 전에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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