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방정부들이 한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를 확보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시작은 메릴랜드주였다. 한국에서 50만 회의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구매했다.
한국산 진단키트는 주말인 지난 18일(현지시간) 대한항공 여객기를 통해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주지사가 한국계인 아내 유미 호건 여사와 직접 공항에 나가 진단키트를 맞았다.
지금까지 검사 건수가 7만회 정도인 메릴랜드주로는 진단 역량을 크게 늘릴 수 있게 됐다.
호건 주지사는 20일 브리핑에서 한국산 진단키트 구매 사실을 밝히며 “한국에 큰 빚을 졌다”고 감사를 표했다. 주미 한국대사관 홍석인 공공외교공사를 향해 몸을 돌려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번 주말에는 콜로라도주에 한국산 진단키트가 도착한다.
재러드 폴리스 미국 콜로라도주지사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말 약 15만회 검사를 할 수 있는 한국산 진단장비가 도착하고, 다음 달 중순까지 15만회 분이 추가로 들어온다"고 밝혔다.
워싱턴 정계의 '지한파' 인사로 꼽히는 코리 가드너 연방상원의원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 외교위원회의 동아태 소위원회를 이끄는 가드너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한·미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나는 우리의 지속적인 우정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드너 의원은 '같이 갑시다'를 소리 나는 대로 알파벳 표기로 적은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가 딸들과 나눈 대화를 소개한 대목에서도 진단키트 확보의 다급함을 엿볼 수 있다.
쿠오모 주지사는 지난 21일 회견에서 한국산 진단키트를 확보한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에게 "그는 정말 틀에서 벗어난 생각을 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쿠오모 주지사는 "딸들과 함께 저녁 뉴스를 보다가 메릴랜드가 한국산 키트를 들여온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딸이 저를 돌아보며 '왜 메릴랜드처럼 한국으로부터 진단 키트를 사지 않았냐'고 물어왔는데, 볼 면목이 없었다. 주지사로서 정말 작아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딸은 "왜 아빠는 저런 생각을 못 했어요?"라고 언급했다고 쿠오모 주지사는 덧붙였다.
당장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역할론'을 부각하면서 한국산 진단키트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분위기지만, 지방정부의 관점은 전혀 다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연방정부의 검사능력을 강조하고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에게 강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한 기자가 브렛 지로어 보건복지부 차관보를 향해 "충분한 검사가 가능한데 메릴랜드 주지사는 왜 한국에서 키트를 가져왔느냐"고 질문했다. 지로어 차관보는 "메릴랜드 주지사가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에는) 매일 초과 검사능력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호건 주지사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먼저 연락했더라면 검사키트 확보에 필요한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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