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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신용등급을 취소하는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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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월 24일(08:53)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취업을 위해 대표적인 공인 어학 시험인 토익(TOEIC)을 치렀습니다. 원하는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없느니만 못한 점수라 차라리 기록을 없애고 싶어졌습니다. 점수의 유효 기간은 2년이나 남았지만 말입니다. 가능할까요. 물론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신용평가 시장에선 가능합니다. 스타벅스에 이어 국내 2위 커피 전문점인 투썸플레이스는 이달 23일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에 기업어음 신용등급 취소를 요청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투썸플레이스의 기업어음 발행 잔액이 없고 기업이 요청하다 보니 기존 신용등급을 취소했습니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 21일 한국신용평가에서 신규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받았거든요. A3+였습니다. 2018년엔 한국신용평가에서 A2-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CJ푸드빌의 지분 매각으로 대주주가 사모펀드(PEF)로 바뀐 데다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 때보다 한 단계 낮은 신용등급을 받게 된 겁니다.

지난달 롯데쇼핑은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신용등급 철회 요청을 했습니다. 무디스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으로 Baa를, 등급전망으로 부정적을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롯데쇼핑은 해외 자금 조달 계획이 없기 때문에 신용등급을 자진 철회했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의 시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무디스가 롯데쇼핑의 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등급 철회를 요청한 때문입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신용평가사에 신용등급 철회를 요청해 신용등급이 취소되는 경우,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신용등급은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쉽게 말해, 사업이나 재무 상태가 특정 등급 수준이라도 공식적인 신용등급으로 기업을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신용등급을 부여 받은 뒤 철회를 요청하거나 취소했을 때 기업들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뒷말을 듣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개 기업이 원하는 만큼 신용등급이 좋게 나오거나 상향 조정됐을 때 혹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을 때 철회를 요청하거나 취소하는 경우는 많지 않거든요. 과거에 비해 떨어졌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높을 때 기업들이 '차라리 신용등급을 없는 게 낫겠다'라는 결정을 내립니다.

하나투어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하나투어는 지난달 한국기업평가로부터 부여 받았던 신용등급을 취소했습니다. 하나투어는 과거 지속적으로 신용평가를 받아 신용등급을 유지했지만 이번엔 유효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신용등급을 취소한 겁니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행업에 대한 우려가 어느 업종보다도 큽니다. 이미 수익성은 곤두박질치고 있고요. 하나투어는 차입금이 많아 전반적인 재무상태도 그리 좋은 편도 아니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신용등급 취소를 결정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채무 상환이 완료되거나 조기 상환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신용등급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회사채 신용등급을 받았지만 유효 기간 내 발행되지 않아도 신용등급이 취소됩니다. 이런 경우엔 시장 참여자들도 큰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요청해 신용등급이 취소됐을 땐 조금 다릅니다.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기업 입장에선 수천만원의 신용평가 수수료를 포기하더라도 시장에 낮은 신용등급을 공개하지 않는 걸 원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신용등급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기업의 사업·재무 상태를 가장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수단인 신용등급이 기업의 입맛에 따라 공개되거나 혹은 취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말이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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