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벽을 허물고 3전4기 만에 당선된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문으로 23일 자진사퇴했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 여성과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남은 삶을 참회하면서 살겠다"고 했다.
사퇴 이유에 대해 오 시장은 "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한 사람에 대한 저의 책임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 한 사람과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시간 동안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고 밝혔다.
성추행 사건은 20여일 전 시장 집무실에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20대 여성 공무원이다. 가해자인 오 시장은 48년생으로 올해 72세다.
오 시장은 면담 중 해당 여성의 신체 특정 부위를 만졌고, 이에 피해 여성은 부산성폭력상담소를 찾아 피해 사실을 알렸다.
피해 여성은 이달 안으로 "오 시장이 공개 사과를 하는 동시에 시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고, 오 시장은 이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피해 여성의 요구사항을 따르겠다는 내용의 '사퇴서'를 작성해 상담소와 피해 여성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은 피해자에 대한 관심을 예상한 듯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분께서 또 다른 상처를 입지 않도록 언론인을 포함해 시민 여러분들이 보호해달라. 모든 잘못은 오로지 제게 있다"고 했다.
한편 오 시장은 이미 지난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의혹이 제기됐었다. 지난해 제기된 미투 의혹이 사실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오 시장은 지난해 10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자 "소도 웃을 가짜뉴스"라며 "10억원이든, 100억원이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당시 강용석 변호사 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오 시장이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했다며 미투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오 시장 측은 가로세로연구소의 동영상이 인격권을 침해한다며 게재 금지를 요구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부산지법은 오 시장이 제기한 인격권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부산시장의 소속 공무원에 대한 불법행위 문제는 공적 관심사에 해당해 이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