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0일간 일부 영주권 발급을 중단하는 이민제한 행정명령을 내리겠다고 22일 밝혔다. 합법적인 영주권 신청을 제한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늘(22일) 미국으로의 이민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해외 이민자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실직한 미국인을 대체한다면 잘못되고 공정하지 못한 일”이라고도 말했다. ‘미국 노동자 우선’을 명분으로 ‘반(反)이민 장벽’을 높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영주권 발급이 제한 대상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농부들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브리핑 전 입수한 행정명령 초안을 토대로 식량 생산과 공급체인 보호에 직접 도움이 되는 농장 노동자와 의료 전문가, 망명자, 난민은 영주권 신청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취업비자(H1-B 비자)를 받고 미국에서 일하는 정보기술(IT) 종사자는 미국인 노동자를 대체하지 않고 있다는 증명서를 갱신해 제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시민이 자녀와 배우자를 본국으로 데려오는 건 계속 허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취업 등을 이유로 영주권을 취득하는 경우는 제한될 것이라고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2019 회계연도(2018년 10월~2019년 9월)에 약 100만 건의 영주권이 발급됐다. 이 중 절반가량은 미국 시민의 배우자와 자녀, 부모의 몫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영주권 발급 중단 외에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추가 이민 제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 표심을 잡기 위한 속셈이란 분석이 나온다. AP는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이민 이슈라고 믿고 있다”며 “재선 레이스에서도 충성스러운 지지층을 결집할 동력으로 믿는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반발했다. 하킴 제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최고 외국인 혐오자’라고 비판했다. 의회 히스패닉 코커스 의장인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하원의원은 “코로나19 위기를 이용해 반이민 정책을 확대하려는 독재자와 같은 조치”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