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고성능 해치백 벨로스터 N이 5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습식 더블 클러치 변속기를 달고 다시 태어났다. 보다 많은 운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성능까지 좋아졌다.
21일 현대차가 8단 습식 더블 클러치 변속기를 탑재한 '2020 벨로스터 N'을 출시했다. 자동변속 기능을 더하면서 6단 수동변속기만 장착했던 기존 벨로스터 N의 한계를 기술로 극복했다.
기존 벨로스터 N은 6단 수동변속기만 장착하고 있어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자제어 서스펜션, 런치 컨트롤 등 고급 스포츠카 사양이 대거 적용된 덕에 기본차로도 언제든 서킷을 주행할 능력을 갖췄지만, 지난해 판매량은 1005대에 불과했다.
기존 모델은 '1종 보통·대형', '2종 보통(수동)' 면허증 소지자만 운전할 수 있었고, 면허가 있더라도 자동변속기에 익숙해진 운전자들에게는 너무나 높은 벽이었다. N 브랜드의 철학 중 하나인 '일상의 스포츠카'와는 거리가 있었던 셈이다. 현대차도 이를 모르지는 않았지만 기술 한계가 발목을 잡았다.
현대차는 그간 아반떼 스포츠, 셀토스 등의 차량에 건식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를 탑재해왔다. 하지만 이 변속기는 냉각 효율과 내구성에 한계가 있어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36.0kg.m에 달하는 벨로스터 N을 감당할 수 없었다. 다른 기술이 없었던 현대차는 울며 겨자먹기로 벨로스터 N에 6단 수동변속기를 선택해야만 했다.
대신 현대차는 습식 DCT 개발에 나섰다. 습식 DCT는 토크 허용치가 높고 냉각 성능도 뛰어나 포르쉐, BMW M 등 고성능 차량에 주로 적용되는 변속기 방식이다. 내구성과 토크 허용치, 변속 속도 등 모든 점에서 건식을 앞서지만, 구조가 더 복잡하고 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현대차는 5년의 연구 끝에 '스마트스트림 습식 8DCT'를 개발했고 안정화를 위한 여러 차례 실험을 거쳐 신형 쏘렌토 2.2 디젤에 이어 벨로스터 N에도 탑재했다. 벨로스터 N도 클러치 조작 없이 자동으로 변속할 수 있게 되며 높은 대중성과 뛰어난 성능을 동시에 지닌 '일상의 스포츠카'로 거듭나게 됐다.
자동변속이 가능해져 운전자의 접근성이 대폭 향상된 것은 물론, 수동변속기에 비해 성능도 개선됐다. 2020 벨로스터 N은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36.0kg.m로 기존 모델과 동력성능이 같지만,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5.6초로 수동변속기 대비 0.5초 줄어들었다. 고성능 가솔린 2.0 터보 엔진의 폭발적인 성능을 변속기가 최대한 이끌어낸 덕분이다.
보다 부드럽고 빠른 변속이 가능해지며 주행감각과 효율성도 향상됐다. 기존 수동변속기 모델의 각종 고성능 기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변속 시 가속감을 강화한 ‘N 파워 쉬프트(NPS)’ △트랙주행이나 와인딩 같은 역동적인 주행상황에 최적화된 변속 패턴을 자동으로 구현해 최고 성능을 내도록 하는 ‘N 트랙 센스 쉬프트(NTS)’ △오버부스트 기능을 포함해 일정 시간 동안 엔진과 변속기의 최대 성능을 끌어올려 일시적으로 극한의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N 그린 쉬프트(NGS)’ 등 N DCT 특화 기능이 더해졌다.
운전 경력이 긴 마니아 외에 일반 운전자들도 접근하기 쉬워진 만큼 안전 사양도 대폭 강화됐다. 현대차는 2020 벨로스터 N에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운전자 주의 경고(DAW) △차로 유지 보조(LFA)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하이빔 보조(HBA) △후측방 충돌 경고(BCW) △후방 교차 충돌 경고(RCCW) 등 동급 최고 수준의 지능형 안전 기술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2020 벨로스터 N 가격은 2944만원부터 시작된다. 8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 JBL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하이패스 등 고객 선호도가 높은 사양을 기본화한 탓에 가격이 올라갔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여기에 250만원을 추가해 N DCT 패키지를 선택하면 8단 습식 DCT와 패들시프트를 탑재할 수 있다. 엔진 출력 강화와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인 ‘N 코너 카빙 디퍼렌셜’, N 전용 고성능 브레이크 등으로 구성된 퍼포먼스 패키지(200만원)도 별도 제공된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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