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불지 않아도 됩니다. ”
음주감지기에 입을 대고 숨을 부는 방식의 음주운전 단속에 큰 변화가 생긴다. 경찰청은 20일부터 운전자가 숨을 불지 않아도 음주 여부를 감지할 수 있는 ‘비접촉식 감지기’를 활용한 음주단속을 시범운영한다. 1994년 12월 접촉식 음주감지기를 도입한 지 25년여 만의 새로운 실험이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음주감지기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때문에 경찰은 접촉식 음주감지기 사용을 지난 1월 28일부터 중단했다. 아울러 특정 지점을 지나는 모든 차량 운전자를 상대로 음주 여부를 확인하는 일제 검문식 대신 음주가 의심되는 운전자만 선별 단속했다.
경찰의 단속이 느슨해지자 부작용이 나타났다. 올 1~3월 음주 사고는 총 4101건으로 전년 동기(3296건)보다 24.4% 증가했다. 특히 지난 2월엔 음주 사고 건수가 전년(971건)보다 43.8% 많은 1396건을 기록했다. 음주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해 1~3월 74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79명으로 늘었다. 하루 평균 음주단속은 1월(313건)은 물론이고 2월(246건), 3월(290건) 모두 지난해 전체 하루 평균(358건)에 못 미쳤다.
이에 경찰은 비접촉식 음주감지기를 개발해 단속에 적용하기로 했다. 비접촉식 감지기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네모난 형태다. 운전자의 코와 입에서 30㎝ 떨어진 곳에 5초만 두고 있으면 작동된다. 운전자가 평소처럼 숨을 내쉬기만 해도 음주 여부를 감지할 수 있다. 음주가 감지될 경우 램프가 깜빡이면서 ‘삑’ 하는 경고음이 나도록 설계됐다. 입건 기준인 혈중 알코올농도 0.03%보다 훨씬 낮은 0.02% 수준(맥주 한 잔 정도)까지도 감지 기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 감지기를 막대에 매단 뒤 운전석 창문으로 들이밀어 음주 측정을 하기로 했다. 경찰이 차량 안으로 팔을 넣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단속 중 음주측정을 거부하고 도주하는 차량 때문에 부상을 당하는 경찰도 수두룩했다.
경찰청은 비접촉식 감지기에 비말 차단용 일회용 커버를 씌워 사용한 뒤 교체하기로 했다. 감지 막대도 수시로 소독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접촉식 감지기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술을 마신 운전자가 숨을 참고 있으면 감지하지 못할 수 있고, 운전자가 아니라 동승자가 술을 많이 마셨을 경우 램프가 깜빡일 가능성도 있어서다.
경찰청 관계자는 “비접촉식 단속기를 일부 지역에서 1주일간 시범사용한 뒤 문제점을 보완해 전국으로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