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이번주 50조원 규모의 추가 대책을 내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총선 압승을 계기로 코로나19 대책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관련 대책 규모는 종전 150조원을 넘어 200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서울 수유동 4·19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0주년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해 “바이러스뿐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을 이겨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지금의 경제상황을 세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침체로 진단한 가운데 핵심은 일자리를 지켜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주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다시 한번 대규모 코로나19 대책 패키지가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기획재정부 안팎에선 이번주 추가 대책 규모가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차, 2차, 4차 비상경제회의에서도 각각 50조원 안팎의 대책이 마련됐다.
정부는 항공, 정유, 자동차와 부품 등 기간산업에 20조원 안팎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대출해주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 규모를 9조7000억원(정부안)에서 13조원으로 이번주 확대할 방침이다. 대상도 ‘소득 하위 70%’에서 ‘전 국민’으로 넓힌다. 12조원 규모의 소상공인긴급대출을 추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일자리 위기를 맞고 있는 청년층과 특수고용직 종사자를 위한 대책도 수조원 규모로 모색되고 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금융 지원 + 고용유지 보조금'으로 기간산업 연쇄도산 막는다
예상 뛰어넘는 '실업 쇼크'에 50兆 규모 추가대책 마련정부가 50조원 규모의 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상황이 그만큼 심각해지고 있어서다.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가 확실시되고 있고 3월 일시 휴직자는 161만 명에 이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경증에 그쳤던 지난 2월만 해도 정부의 대책 규모는 4조원에 그쳤다. 내용도 피해 업종을 ‘핀셋 지원’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충격이 경제 전방위로 확산되며 이제 대책 규모는 200조원으로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 예상보다 크다”정부가 지금까지 마련해 발표한 코로나19 대책은 총 150조원 규모다.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코로나19 피해가 본격 나타나기 전인 지난달 중순까지 32조원 정도의 대책이 나왔다. 피해업종에 대한 재정지원과 세금 감면 등이 주 내용이다.
하지만 피해가 커지면서 대책 규모도 확대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상경제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지난달 19일 처음으로 50조원 규모의 지원방안이 나왔다. 1주일 뒤 2차 비상경제회의에선 그 규모가 100조원으로 커졌다. 3차 비상경제회의에선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 지급 방침이 나왔고 4차에선 56조원의 대책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그간 중복 계산된 것을 제외하면 현재 대책 규모는 150조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주 5차 비상경제회의의 초점은 실업대책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19일에도 “국제통화기금(IMF)이 지금의 경제상황을 세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침체로 진단한 가운데 핵심은 일자리를 지켜내는 것”이라며 일자리 대책을 강조했다.
정부는 소상공인, 청년층, 특수고용직 등에 대한 일자리 대책과는 별도로 기간산업에 속하는 기업의 도산을 막는 것이 일자리를 지키는 주요 대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자금난으로 주요 기업이 쓰러지기 시작하면 기업 도산→실업 급증→소비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본격화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필요하다면 3차 추경도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도 2조2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마련했지만 벌써부터 2조달러 정도의 추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기간산업에 보조금 지급 유력정부는 그간 기간산업에 대한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었다. 대부분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지원했다간 특혜 시비 등이 붙을 것을 걱정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걱정할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기간산업은 원하청 관계로 수많은 회사와 근로자가 연결돼 있어 한 번 무너지면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이번주 나올 기간산업 대책은 항공업 지원책이 핵심이다. 정부는 정유와 기계, 해운 등 다른 업종을 지원 대상에 포함시킬지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수단으로는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보조금 등 유동성을 기업에 지원해 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미국의 항공산업 지원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10개 항공사에 총 25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중 70%는 무상 지원, 30%는 10년 만기 저금리 대출이다. 근로자 75만여 명의 고용을 유지하고 오는 9월 30일까지 무급휴직을 금지하는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미 정부는 이와 별개로 항공업계의 영업 재개를 위해 250억달러 규모 융자를 추가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기업의 회사채를 보증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금융권 등에서는 만기 도래 회사채를 차환 발행할 때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수월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예산을 사용해 부실 기업에 보증을 섰다가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결국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규모가 큰 기업을 배제하고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위주로만 지원책을 펼쳤다가 지원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진국들은 피해만 입증되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지원하지만, 한국은 ‘대기업 특혜’라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대기업을 역차별했다는 것이다.
노경목/강영연/성수영/백승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