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매출에 따라 정률제로 수수료를 내는 ‘오픈서비스’를 결국 철회하기로 했다. 시행 후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독과점 플랫폼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나섰고,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까지 달려들었다. 한 기업의 수수료 체계 변경이 이처럼 큰 사회적·정치적 파장을 일으킨 전례가 없다. 배달 경제가 서민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픈서비스 철회로 논란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배달앱과 관련된 수많은 논란이 숙제로 남아 있다. 최고 12.5%(요기요 기준)에 달하는 배달 수수료의 적정성과 우아한형제들·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 심사, 스타트업의 혁신기술 보호, 가맹점 간 온라인 영업권역 충돌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배달앱이 정보를 독점하는 문제다. 음식점이 배달앱을 통해 주문을 받을 때 전달받는 정보는 배달장소와 안심번호뿐이다. 이런 데이터마저도 저장할 수 없고, 3시간 만에 사라진다.
배달앱 업체는 데이터 삭제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배달 음식을 만들고 고객과 소통해야 하는 주체는 배달앱이 아니라 자영업자다. 소비자 관련 데이터도 당연히 자영업자와 가맹본부가 보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고객 데이터가 전무하다보니 자체적인 마케팅조차 불가능하다. 가맹본부도 전략 수립에 차질이 생긴다. 누가 어느 시간대에 무엇을 먹는지 알아야 무엇을 팔지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배달앱은 데이터를 모두 축적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한 곳에만 한 달에 3000만 건의 거래 정보가 쌓인다. 배달앱 업체는 자영업자들이 처리한 주문을 빅데이터화해 경영에 적극 활용한다.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즐기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 한 업체는 이를 이용해 배달 전문 치킨, 피자 등 프랜차이즈 가맹사업까지 벌이고 있다. ‘배민 치킨’, ‘요기요 피자’를 볼 날이 머지않았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거인 아마존은 미국 유통시장을 잠식하며 ‘아마조나이즈드(amazonized)’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국내에서 ‘배미나이즈드(baeminized)’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거대 자본이 배달앱 플랫폼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생존을 결정하는 시대에 배달앱의 정보 독점은 프랜차이즈산업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과 정보 독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는 정부와 여론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지금뿐이다.
박호진 <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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