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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로 가려졌던 '고용 참사', 코로나19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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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고용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지표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고, 아예 취업을 포기한 사람이 급증하면서 경제활동인구는 1999년 통계 기준 변경 이후 21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일시휴직자는 1983년 통계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인일자리로 가렸던 고용 악화, 코로나19에 둑 터졌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020년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60만9000명으로 작년 3월보다 19만5000명 감소했다. 전년 같은 달보다 취업자 수가 감소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10년 1월 이후 10년 2개월만에 처음이다. 취업자 수 감소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 때나 볼 수 있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2010년대 들어 한국의 연간 취업자 수는 매년 20만~50만명대 증가를 이어왔다. 이런 기세가 꺾인 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본격화된 2018년(9만7000명 증가)이었다.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6.4% 올리면서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타격을 받았다는 게 경제학계의 중론이다.

‘고용 참사’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공공 단기 일자리를 대거 만들었다. 노인 일자리 52만개를 비롯해 ‘강의실 불 끄기 알바’, 산과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며 화재를 감시하는 요원 등이 취업자로 새로 집계됐다. 이 덕에 지난해 전체 취업자수 증가폭은 30만1000명으로 다시 회복됐다. 60세 이상 취업자(47만9000명)가 급격히 늘어난 영향이 컸다. 올해 노인 단기 일자리 수는 60만개 수준.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이 같은 노인 일자리를 4년간 100만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악영향은 노인 일자리 효과보다 훨씬 컸다. 전체 취업자 수가 20만명 가까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60세 이상 취업자는 33만6000명 증가했다. 이 중 상당수는 노인일자리 참가자로 분석된다. 노인일자리가 없었다면 일자리 수 감소폭은 40만~50만명에 달할 수 있었단 얘기다. 60세 이상을 제외한 20대(-17만6000명) 30대(-10만8000명) 40대(-12만명) 50대(-7만5000명) 등 다른 연령대에서는 모두 취업자가 감소했다.

◆청년·아르바이트생·여성 등 경제적 약자 ‘직격탄’

코로나19의 타격은 경제적 약자에 집중됐다.먼저 소비자들이 대면 소비를 꺼리면서 서비스업·아르바이트생 위주로 고용이 급감했다. 자영업자들이 경영난에 아르바이트생을 해고하면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2만2000명 줄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증가폭은 이 같은 감소폭에 못 미치는 3만1000명에 그쳤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중 경영난에 폐업한 경우도 상당수라는 얘기다.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타격이 컸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전체 임금근로자 중 임시근로자(-42만명) 일용근로자(-17만3000명)가 급감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실업 이후 다시 일자리를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상용근로자는 45만9000명 늘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상용직은 고용이 보장되는 정규직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고용계약 1년 이상의 근로자를 의미한다”며 “상용직은 20년 전부터 계속 증가해 왔기 때문에 전반적인 일자리 상황은 아주 나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저소득·저숙련 종사자가 많은 여성(-11만5000명, -1.0%)이 남성(-8만1000명, -0.5%)보다 크게 타격을 입었다. 청년 고용률도 41.0%로 1.9%포인트 하락했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많은 업종에서 고용이 감소했는데 청년층이 이 분야에 많이 취업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전문가 “얼마든지 더 악화될 수 있어”

지난달 일시휴직자는 160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63.4% 증가했다. 1983년 7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치다. 일시휴직자는 통계상 취업자로 계산된다. 이 때문에 실업률은 4.2%로 되레 0.1%포인트 하락했다. 일시휴직자 중 상당수는 향후 상황에 따라 실업자로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에 적절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일시휴직자들이 그대로 실업자가 될 것”이라며 “소비시장이 함께 얼어붙으면서 경제 전체로 파장이 번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은 계속 하고 있지만 근무시간과 급여를 함께 줄인 직장인도 급증했다. 취업시간별로 보면 지난달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159만2000명 급감했다. 이 중 126만명은 일시 휴직을 했고, 나머지는 취업 시간을 줄이거나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직을 아예 포기하는 사람도 종전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지난 3월 구직활동 계획이 아예 없어 ‘쉬었음’이라고 답한 사람은 236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6만6000명(18.3%) 증가했다.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공식 실업률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사실상 ‘백수’로 분류된다. 쉬었음과 달리 구직활동을 희망했으나 채용 중단 등 노동시장의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구직 단념자는 58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4000명 증가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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