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연기 대가’다. 문정희가 쓴 ‘명여의 고백’이 극 전체를 관통했다.
지난 14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극본 한가람, 연출 한지승 장지연, 이하 날찾아)에서는 10년 전 비극을 끌어안고 살아온 심명여(문정희 분)의 뜨거운 속내가 드러났다. 앞서 심명여가 쓰러지며 이를 깨우던 목해원이 겨우 눈을 뜬 심명여의 초록 눈을 목도하고 충격에 휩싸인 바. 그간 숨겨온 진실이 수면 밖으로 드러날 것을 예고하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날 심명여는 목해원(박민영 분)과 심명주(진희경 분)가 눈 상태에 대해 채근하자 이내 10년전 ‘그 날’ 이후 멈춰버린 나날들을 회상했다. 짙은 후회와 자책속에서 10년의 세월을 흘러온 심명여의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의 무게가 드러나며 자신을 돌보지 않고 보내온 시간들이 밝혀진 것. 극심한 안통과 두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죄를 뒤집어쓴 심명주에 대한 죄책감과 부채감에 병원조차 사치라고 느꼈던 심명여의 아린 속내가 시청자들의 마음마저 울리며 극 전체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 누구보다 자신감 넘쳤던 심명여 삶이 무너지고 과거 연인 차윤택(황건 분)과도 이별을 택했던 심명여는 10년 간 숨겨온 진심을 소설로 고백하며 또 한 번 안방을 눈물짓게 했다. ‘사실 난 말이야, 단 한순간도 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라고 첫 문장을 뗀 심명여는 ‘내가 정말 재능이 없다 생각해 본적도, 망가지고 병들거나 추해질 거라는 생각도, 해본 적 없어. 그리고 나는 단 한순간도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어’라고 덤덤하게 묻어둔 마음을 꺼냈다. 긴 세월 과거의 짐을 지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온 심명여였기에 그의 첫 고백이 더욱 아프게 다가오며 묵직한 여운을 안겼다.
극 말미, 심명여의 또 다른 고백에 검은 진실이 베일을 벗었다. 목해원에게 ‘그 날’의 진실이 담긴 소설 한 통을 전한 것. 심명여의 소설을 읽고 충격에 빠진 목해원을 뒤로하고 “말해봐, 누가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라고 흘러나오는 내레이션이 심명여의 망가진 마음을 대변하며 그의 서사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들었다.
문정희는 완벽히 심명여가 되어 그의 마음을 시청자들에게 오롯이 전했다. 비극을 함께 맞은 언니 심명주에게는 격한 감정으로 스스로를 자책했고, 차윤택과 목해원에게는 심명여의 본래 성격다운 시크함으로 덤덤히 10년의 세월이 담긴 마음을 고백했다. 심명여의 피투성이 마음이 드러난 순간 문정희는 연기의 대가 다운 감정 동화 연기로 극강의 몰입감을 안겼고, 과거를 되짚는 밀당 연기로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문정희의 디테일한 감정 변주는 캐릭터에 입체감을 부여하며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었다. 내면의 아픔을 쓸쓸하고 고독해 보이는 표정, 날 선 감정선, 메마른 말투 등 선글라스를 쓰고도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해내며 60분을 순삭시킨 문정희의 저력이 극의 중심에서 빛나고 있다.
한편, 휘몰아치는 감정 열연으로 극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문정희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습니다’는 월, 화 밤 9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김동우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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