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 기자안녕하세요 집코노미TV입니다. 이번 시간엔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님과 주택공급 문제에 대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공급적인 부분에서 보면 사실 서울이든 어디든 전국적으로 공급이 딸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거든요.
▷심교언 교수서울하고 지방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통계를 보더라도 지방은 과잉으로 가는 것 같고 서울은 많이 부족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 같은 경우 주택보급률 자체도 100% 미만이고요. 사실 선진국은 공가율(空家率)로 따집니다. 공실률하고 똑같은데 한 5% 돼야 한다고 하거든요. 그 통계를 봤을 때 서울은 2% 미만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거죠.
▶전형진 기자재건축·재개발도 서울시에서 막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도 그렇고요. 당장 4~5년 뒤에, 2020년대에 ‘슈퍼사이클’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심교언 교수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전국적인 슈퍼사이클은 불가능합니다. 왜냐면 2026~2027년부터 절대적인 인구 감소 시기에 들어갑니다. 지금은 인구가 증가하고 있지만요. 인구가 감소하다가 2030년 이후부턴 가구수도 감소하거든요. 그때부턴 일본형 불황이 올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그 전까지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요.
▶전형진 기자그렇다고 지금 재건축규제를 당장 풀어준다고 해도 남아 있는 재건축단지들이 과거와는 달라요. 과거엔 저층단지 재건축이었죠. 이젠 중층단지, 고밀도단지들을 재건축하는 거라서 가구수가 순증하는 부분이 적어요.
▷심교언 교수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건 주택가격이 촉발되는 트리거는 주택수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새집이 없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900채, 1000채 있던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1100채로 바뀌면 100채밖에 안 늘어나지만, 그런 아주 낡은 아파트가 새로운 1100채 아파트로 공급되는 거예요.
모든 가격의 불안양상을 나타내는 게 신축 아파트 부족이거든요. 신축 아파트 공급을 늘려주면 나머지 주택가격이 조정을 받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새 아파트를 많이 지으면 어느 정도 그쪽 수요를 잡을 수 있단 겁니다. 물론 단기적으로 가격이 폭등하지만, 그 단기적으로 오르는 것, 자기 임기 내에 오르는 게 싫어서 그만두고 하는데요.
▶전형진 기자결국 다음 정권, 혹은 다음 시장님,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폭탄을 넘기는 일이 되겠네요?
▷심교언 교수계속 폭탄 돌리기를 하면서 더 큰 폭탄이 만들어지는 걸 정부가 하고 있는 거예요.
▶전형진 기자교수님 그럼 서울의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을 만한 해법은 효과적인 게 어떤 게 있을까요?
▷심교언 교수지금 서울 자체에도 상당히 여력은 있고요. 전세계적으로 공급을 늘리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도시는요. 그래서 나타난 게 임비(YIMBY·Yes In My Back Yard)라는 게 있습니다.
▶전형진 기자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요?
▷심교언 교수님비는 들어보셨죠? 님비가 아니고 임비. Yes In My Back Yard라고 해서요. 그런 게 어떻게 나왔냐면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대도시에선 개러지 하우스도 나와요. 주차장 차고 위에 쪽방을 만드는 거죠. 한 달에 50만~70만원에 젊은 친구에게 임대를 하고요. 그 정도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용적률? 뉴욕 맨해튼에선 용적률 표현을 이렇게 합니다. 150%, 300% 이런 게 아니고 10.0이라고 합니다. 1000%란 얘기죠.
선진국 대도시들은 용적률, 규제, 청년을 위한 주택도 그렇고 엄청나게 총력전입니다. 한두 가지 정책이 아니에요. 한국도 그렇게 해야하는 거예요. 재건축도 시키고, 재개발도 시키고. 그런데 기껏 정부에서 하는 건 재개발·재건축은 다 막고 하는 게 가로주택정비사업이죠. 20채 공급하고 이런 것들. 그거 하면 앞으로 많이 공급 될 거래요.
그런데 도시계획 하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원래 재개발처럼 통으로 하게 되면 공원도 만들 수 있고, 좋은 굵직한 시설도 넣고, 도로도 넓힐 수 있는데 가로주택정비사업처럼 작게 하면 새로운 알박기라는 거예요. 이 지역은 앞으로 40년 동안 재개발 못 하는 거죠.
그래서 도시라는 건 한 가지 정책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고 총력적으로 해서 시장이 그 중에 판단을 하는 건데 한국은 너무 외골수적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적어도 선진국이 왜 그렇게 하는지, 좋은 것들을 우리가 다 받아와야죠. 하지만 한국은 기본적으론 대형 개발, 복합개발(을 못 하게 하고) 오죽하면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도 못 하게 할 정도로 경직된 구조니까 나중에 시장에서 더 큰 반작용이 있을 겁니다.
▶전형진 기자앞으로 재개발·재건축 못지 않게 리모델링 시장도 커질 것 같아요. 만약 30년 재건축 연한을 채운 (하지만 재건축 여건이 안 되는) 1990년대 준공 단지들을 노려서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심교언 교수그것도 괜찮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1기 신도시, 200만 가구를 지을 때의 모든 단지들이 해당되는 것 같진 않아요. 리모델링 이후 가격 상승 흐름도 봐야할 것 아녜요. 리모델링의 경우 대략 3.3㎡당 1500만원 정도 되는 지역쯤 돼야 가능할 겁니다. 그 이하는 리모델링이 아주 힘들 거예요.
▶전형진 기자3.3㎡당 1500만원면 사실….
▷심교언 교수분당 정도 이외엔 힘들 거예요 아마.
▶전형진 기자일산은 어떤가요?
▷심교언 교수일산도 가격이 그만큼 안 되거든요. 물론 일산의 일부 지역은 되겠지만 최근에 지은 새 아파트들이고요. 대략 3.3㎡당 1500만원으로 된다, 안 된다를 판단할 수 있는데요. 물론 지역별 차이는 있을 거예요.
그래서 리모델링이 되더라도 서울 시내 고가 아파트라든가, 사실 재건축 해서 규제를 맞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당하느니 리모델링 정말 잘해서 가격을 훨씬 높게 받는 게 가능한 단지들이 있거든요. 리모델링이 지금보단 좋아질 거란 거죠. 재개발이나 재건축에 대해 워낙 규제를 하니까 리모델링 쪽으로 넘어간 건데요. 언제든지 우리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기조로 돌아설 여지는 있습니다.
▶전형진 기자아, 그렇다면 이게 리모델링 시장엔 오히려 타격이 될 수 있겠네요?
▷심교언 교수그렇죠. 리모델링을 한 주택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거죠. 조금 기다렸다가 재건축을 했으면 훨씬 나은데 지금 정부 기조에서 규제가 워낙 강해서 리모델링으로 돌아섰잖아요. 분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용적률 250~270%으로 봤을 땐 리모델링이 타당해 보이지만요. 과거 재개발·재건축은 용적률을 400%까지 받았거든요.
▶전형진 기자그렇다면 용적률 상향을 검토한다거나 실제 적용된다면 무조건 재건축단지에 들어가야겠네요.
▷심교언 교수무조건이죠. 물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등의 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요
▶전형진 기자일산 같은 경우엔 지금 당장 봤을 때 중고층 단지들이니까 재건축도 애매하고, 리모델링도 이 가격 기준으로 보면 어렵다고 했을 때.
▷심교언 교수맞지도 않고요. 공급이 많아요.
▶전형진 기자그런데 또 창릉신도시가 옆에 들어와요. 그럼 앞으로 일산 같은 경우엔 굉장히 암울한 시기를 보낼 수 있겠네요.
▷심교언 교수암울한 시기라고 일반적으로 해석하는데요. 분당은 판교신도시를 만들 때, 제가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요. 분당 주민들이 엄청나게 반대를 했습니다. 분당이 있는데 판교라는 새 도시를 지으면 헌집은 집값 떨어지니까요.
그런데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났어요. 판교가 들어섰는데 분당 집값이 더 폭등했습니다. 그 이유가 뭐냐, 고용입니다. 판교 테크노밸리에 기업들이 들어가고 고용이 늘어나니까. 판교테크노밸리같이 어떤 첨단 기업들이 들어와서 고용을 많이 일으킨다, 그렇다면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어요.
▶전형진 기자신도시 발표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제2판교’를 만들겠다는 거였죠.
▷심교언 교수그런데 그건 사실 판교는 하나밖에 없잖아요. 판교는 판교죠. 제2판교라는 건 사실 어불성설이고, 실제 그만큼 노력하겠다는 건데요. IT 기업이나 4차산업 관련 기업 탐방을 해보면 마지노선을 판교와 마곡 정도로 보는 것 같아요.
왜 그러냐면 기업 입주가 중요한 게 아니고 직원들이 와야할 거 아닙니까. 직원들이 판교와 마곡 외엔 아니라는 거예요. 저도 거기 관여하면서 얘기했던 게 그렇다면 종사하는 직원들에게 아파트를 2억원 싸게 공급하라는 거죠. 그렇다면 직원들이 올 거 아닙니까. 요즘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있는 것처럼요.
▶전형진 기자입주기업 특공?
▷심교언 교수입주기업 특공을 만들면 좀 되지 않겠느냐, 그 정도로 기발한 것도 생각하고 있긴 한데 그게 되면 고양은 집값이 더 뛸 가능성도 있고요. 그런데 그게 일반적인 신도시를 하면서, 2기 신도시를 보면 수십년 동안 기업들이 안 들어와요. 아파트만 들어서 있고. 그렇게 되면 그냥 난장판이 되는 거죠.
▶전형진 기자결국엔 창릉신도시 같은 경우엔 일산과 시너지를 발휘하게 될 것이냐, 일산에 공급폭탄만 가져오게 될 것이냐가 집값에 영향을 미치겠네요.
▷심교언 교수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저는 반대도 굉장히 타당하다고 보여지고요. 논리가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정부가 한 걸 보면 제때 갖다준 게 없습니다. 항상 늦게 갖다주는데 그걸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는 거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하나론 부족하니 두 개를 더 달라든가요. 도로도 닦아달라고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이 있죠.
▶전형진 기자총선 공약에도 나왔지만 창릉신도시 백지화 말들도 있었잖아요. 주민들이 시위도 했고. 그런데 신도시 지정이 철회된 적도 있었나요?
▷심교언 교수그러니까 택지개발이라는 건 신도시도 택지개발이고 다 택지개발인데, 신도시의 경우 330만㎡ 이상을 신도시라고 해요. 어쩔 땐 990만㎡ 이상을 신도시라고 하기도 하고요. 33만㎡나 66만㎡짜리 택지지구는 금융위기 이후에 철회된 게 꽤 있습니다. 그런데 330만㎡, 990만㎡ 신도시가 철회된 적은 없습니다. 없다고 해서 안 되는 건 아니고 주민들이 반대를 강하게 하면 없어지는 경우도 있고요.
사실 그 지역의 새로운 발전 동력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기대해보는 것도 좋지 않나 싶어요. 전적으로 주민들과 국토부, 정치권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신도시를 만약 안 하겠다고 한다면 아마 정권 차원에서도 굉장히 정당성이나 충격이 갈 거예요.
▶전형진 기자재개발 얘기도 여쭤볼게요. 재개발이라고 하면 서울 재개발을 거의 말하는데, 구역지정이 최근 몇 년 동안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더 늘어날 재개발구역이 없다면 서울의 새 아파트를 지을 곳이 없다는 거잖아요. 이런 곳들, 초기 구역에 소액으로 투자하는 건 어떤가요?
▷심교언 교수저는 괜찮다고 봅니다. 서울 자체가 집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든요. 시장님은 충분하다고 얘기하는데요.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리고 새 아파트는 절대적으로 더 없다는 겁니다. 재개발구역은 과거엔 산꼭대기나 이상한 곳, 외지에 있었지만 지금은 번듯한 장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곳들은 장기적으로 묻어두고 가는 게 괜찮다고 보는데 아주 장기적으로 가야 합니다.
▶전형진 기자마지막으로, 저희가 공급부족 얘기를 계속 하고 있는데요.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대사업자 물량들이 또 시장에 나오거든요. 2018년 4월 이전 등록하신 분들은 4년 등록을 했는데, 그때부터 4년이면 얼마 안 남았어요. 2022년이죠.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까지 받아서 매물들이 한꺼번에 시장이 나와버리면….
▷심교언 교수사실 저도 걱정이 됩니다. 왜 그러냐면 물량 자체가 전체 임대사업자 물량이 40만 가구입니다. 그 물량이 만약 다 출회가 된다면 어마어마한 시장 충격을 줄 것이고요. 그런데 저는 다 출회는 아닐 것 같고, 그 대신 양도세만 조금 조정돼도 집값을 바로 조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 그러냐면 거래가 자유로워지면 매매가 조금 편해지거든요.
그 정도로 시장이 고가에 대한 부담이 있거든요. 이 사람들이 풀든 안 풀든 가격 하락에 대한 압력은 있습니다. 대신 이들이 40만 가구 가운데 10만 가구 정도가 일시에 내놓는다면 가격 조정을 있을 것인데 시장 전체에 파급력이 있거나 그럴 것 같진 않습니다.
▶전형진 기자알겠습니다 교수님,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이번 시간엔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님과 주택공급 문제에 대해서 얘기 나눠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디지털라이브부장
진행 전형진 기자 촬영·편집 조민경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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