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1992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공화당의 조지 부시(George H. W. Bush)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내건 선거구호다. 당시 부시는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며 재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클린턴은 이 문구로 선거의 이목을 경제로 집중시키면서 대통령에 당선된다. 당시 미국은 전쟁에서는 승리했지만 내부적으로 재정과 무역에서 적자를 보면서 큰 불황을 겪고 있었다. 결국 당시 국민이 느끼는 경제심리로 선거 승패가 결정된 것이다.
가계가 느끼는 경제심리지수 CSI거시경제학의 국민소득 공식인 Y=C+I+G+(X-M)에서 C는 소비를 의미한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비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가계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도 중요해졌다. 이와 관련해 가계가 느끼는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로는 소비자동향지수(CSI: Consumer Survey Index)가 대표적이다. CSI는 경기 전망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반영한다. 한국은행에서 매월 전국 도시 약 25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다. 이 지수의 범위는 0에서부터 200까지이며, 기준은 100이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향후 경기가 현재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는 가구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가구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보다 낮으면 반대 의미다. 보통 신문에서는 전월 대비 기준 상승 또는 하락하였는지가 기사로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CSI는 정책당국이 주의해서 관찰한다. 경제지표로는 상승추세를 그릴지라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경기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BSI를 통해 파악하는 기업의 체감경기생산 활동의 주체인 기업이 느끼는 경기지표도 존재하는데 이를 기업경기실사지수(BSI: Business Survey Index)라 한다. BSI는 기업활동의 실적과 장래에 대한 전망 및 계획, 경기 동향 등에 대한 기업가들의 의견을 설문을 통해 조사·지수화해서 전반적인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지표다. 지수는 전체 응답 업체 중에서 경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업체 수와 부정적으로 응답한 업체 수의 비율을 기초로 작성한다. 이를 통해 경기에 대한 기업가의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요소가 드러난다. CSI와 마찬가지로 0에서부터 200 사이에 값을 나타내며, 100보다 높으면 경기전망을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낮으면 반대 의미다. BSI는 한국은행, 산업은행, 상공회의소, 한국경제연구원 등에서 분기별 또는 월별로 발표한다.
민간 경제주체의 심리를 북돋우는 정책 수립이 중요한국은행은 BSI와 CSI를 합성한 종합심리지수를 발표하는데 이를 경제심리지수(ESI: Economic Sentiment Index)라 한다. 소비자(가계)와 생산자(기업)의 경기에 대한 인식을 종합적으로 나타낸 지수라 할 수 있다. 이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면 경제는 불황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20세기 말부터 이어진 일본의 장기침체는 가계·기업의 소비·투자·생산에 대한 경기전망이 부정적으로 나타나면서 침체가 더 깊어지게 된 측면도 있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의 체감경기를 개선하려는 정책당국은 규제개혁 및 각종 성장 전략 등 경제정책을 수립하는데 이들 경제심리지수들을 잘 참고해야 한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