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내 아파트 청약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경기도 택지지구의 분양가가 서울보다 비싸게 매겨져 논란이 일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지만, 같은 택지지구 내에서도 차이가 많이 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도시개발사업지구다보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청약을 기다렸던 수요자들은 분양가가 공개되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 분양하는 경기 고양 덕은지구 A4블록 'DMC리버파크자이'와 A7블록 'DMC리버포레자이'의 3.3㎡당 분양가는 각각 2583만원, 2630만원으로 책정됐다. 고양시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분양가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는데도 서울이나 같은 택지에 있는 아파트 보다도 분양가가 높다.
덕은지구에서는 지난해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1400만~1800만원대에 공급됐다. 고양덕은중흥S-클래스파크시티가 약 1860만원대에, 덕은 DMC 에일린의 뜰은 1400만원대였다. 결국 같은 택지지구에서 1년도 채 되지 않아 분양가가 40% 가까이 뛰게 됐다.
◆덕은지구, 1년도 안돼 분양가 약 40% 뛰어이번 분양가는 서울에서 공급된 아파트 보다도 높다. 이달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분양하는 '호반써밋목동'의 3.3㎡당 분양가(2488만원)보다도 비싼 수준이다.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분양한 '더샵파크프레스티지'(2200만원), 서대문구 홍은동 홍제 가든플라츠(2300만원)보다도 높다.
분양가가 공개되면서 예비 청약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택지지구는 특별공급 물량이 많고 대부분 무주택자들이 가져가다보니 대기하는 수요가 많은 편이다. 앞서 분양된 단지들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수요자 입장에서는 '청약 포기'를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덕은지구는 행정구역상 경기도 고양시에 속하지만,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접경지역에 있다. 상암동은 물론 마곡지구와도 가깝다.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고양시민들의 대기수요가 많았던 곳이다.
문제는 덕은지구가 일반적인 공공택지가 아닌 '도시개발사업지구'라는 점이다. 공공택지들은 추첨제로 공급하지만, 도시개발사업지구는 도시개발법에 따라 최고가 낙찰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한다. 때문에 같은 지구라도 입찰가에 따라 땅값이 다르고 분양가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토지를 낙찰받기 위해 시행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높아진 분양가가 매겨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논란이 된 이 단지들도 시행사인 화이트코리아가 토지를 상대적으로 비싸게 매입하다보니 분양가가 당연히 높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능곡뉴타운 승인 막았던 고양시, 분통터진다"분양가 상한제는 매입해서 사업하는 경우 매입 비용을 인정해준다. 재개발·재건축 등의 정비사업은 공시지가로 택지비를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와 정비사업 조합들간에 갈등을 빚는 요인 중에 하나다.
덕양구에서 전세로 살면서 청약을 대기하고 있었다는 A씨는 "말로는 분양가 상한제를 한다고 하면서, 토지를 비싸게 팔고 그 비용을 분양가 부담으로 넘기고 있다"며 "분양승인을 내준 고양시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능곡뉴타운에서 재개발을 추진중인 B씨는 "능곡뉴타운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분양보증을 받았는데도 고양시가 승인을 내주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며 "지역주민들이 조합으로 추진하는 사업에는 분양가가 2000만원이 안되도 고분양가라고 승인을 안내주면서, 시행사들이 높은 가격을 제시해도 승인해주는 이유가 대체 뭐냐"고 반문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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