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이 ‘집콕! 오페라 챌린지’의 두 번째 작품으로 뱅상 부사르 연출의 ‘호프만의 이야기’(사진)를 올린다. 공연의 실황 영상을 오는 19일까지 국립오페라단 유튜브 채널에서 상영한다.
이 공연은 국립오페라단이 지난해 프랑스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1819~1880)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제작했다. ‘호프만의 이야기’는 오펜바흐의 대표작이자 유작이다. 환상문학의 원조로 꼽히는 독일 낭만주의 작가 E.T.A 호프만의 소설 가운데 사랑을 다룬 단편 세 편을 엮었다. 미친 과학자 스팔란차니가 만든 기계인형 올림피아(2막), 결핵에 걸려 소프라노의 꿈을 이루지 못하는 가련한 여인 안토니아(3막), 사랑보다 다이아몬드를 더 좋아하는 고급 매춘부 줄리에타(4막)와 시인이자 음악가인 호프만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진다.
오펜바흐는 이 작품의 초연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결말 부분도 완성하지 못했다. 작곡가 사후 새 자료가 발견될 때마다 결말이 다른 판본이 나왔다. 열린 해석이 가능하다. 오페라 연출자들이 이 작품을 “이야기가 멈추지 않는, 현재 진행형인 오페라”라고 부르는 이유다.
프랑스의 연출가인 부사르는 국립오페라단과의 협업에서 이런 점을 마음껏 살렸다. 창의적이고 독특한 무대 연출과 캐릭터 해석이 돋보이는 공연이다. 현대적이고 단순화한 무대와 미장센(연극과 영화 등에서 연출가가 시각적 요소들을 배열하는 작업)이 인상적이다. 2막에서 올림피아를 대형 선물 상자로 포장하고, 3막에서 22개의 바이올린을 공중에 매달고 안토니아 어머니의 모습으로 마리아 칼라스의 사진을 띄우는 장면에선 연출가의 재기가 번득인다. 영상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현대 오페라의 연출 흐름을 잘 보여준다.
콜로라투라(화려한 기악적 장식음이 펼쳐지는 선율) 기교가 필요한 올림피아와 서정적이고 우아한 음색의 안토니아, 극적인 음성의 줄리에타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소프라노 배역을 모두 한 사람이 맡은 것도 이번 공연의 특징이다. 극 중 다양한 변신을 요구하는 1인 4역의 쉽지 않은 연기를 루마니아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가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다페르투토를 비롯해 네 악마 배역을 혼자 노래한 바리톤 양준모와 하인 코슈닐 등 네 배역을 소화한 테너 위정민도 정상급 가창과 연기를 뽐낸다. 이런 1인 다역은 극의 연극적 효과와 재미를 더한다.
이 작품은 결말을 희망으로 마무리했다. 호프만 등 주요 배역이 함께 “인간은 시련 속에서 더욱 크게 성장한다”고 노래 부르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암울한 ‘코로나 시대’에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세계 정상급 수준에 오른 국립오페라단의 제작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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