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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씨의 행복한 은퇴는 저절로 이뤄진 게 아니다. 첫 번째 비결은 탄탄한 재무 준비다. 40대 초에 부부가 각자 개인연금에 가입해 60세부터 연금을 받고 있다. 변액연금이 아니라서 이번처럼 증시가 급락해도 걱정이 없다. 60세 퇴직과 동시에 받기 시작한 퇴직연금에다 올해부턴 국민연금도 나온다. 3층 연금만으로도 부부가 살아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파트도 5년 전 서울 외곽의 작은 주택형으로 갈아탔다. 귀농도 잠깐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편의시설이 충분한 도시가 낫겠다 싶어서다. 남은 돈으로 투자한 오피스텔에서 꼬박꼬박 월세가 나온다. 직장에 다니는 외동딸 혼수 밑천이다. 오피스텔을 처분해서 결혼시킨 뒤엔 지금 사는 아파트로 주택연금을 받을 작정이다.
두 번째 비결은 다양한 사회관계망이다.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여느 퇴직자처럼 퇴직과 동시에 사회관계망이 무너졌을 것이다. 일 때문에 만난 사이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퇴직 전부터 동호회 활동을 준비했다. 은퇴하면 매년 해외 여행을 다닐 요량으로 스페인어 공부 모임에 들었다. 목공도 배우기 시작했다. 내 손으로 뭔가를 직접 만드는 기쁨을 느끼고 싶어서다. 목공 기술을 배우는 사람들과 함께 봉사 활동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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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씨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여러 은퇴자 사례를 조합한 가공의 인물이다. ‘우’리들이 ‘이상’처럼 염원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은퇴 후에 우씨처럼 되기는 쉽지 않다. 돈 걱정 없고, 즐거운 일을 함께할 사람이 주변에 많고, 배우자와도 원만한 관계라니 말 그대로 이상에 가깝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은퇴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사람이 55.8%로 절반을 훨씬 넘는다. ‘보통이다’가 35.6%, ‘잘 돼 있다’가 8.6%다. 100명 중 9명 정도만 우씨처럼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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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