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손 소독하시고 위생 장갑을 착용해주시면 됩니다. 신분증은 미리 꺼내놓으시는 게 좋아요.”
4·15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서울 남영동 사전투표소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은 투표를 위해 사전투표소를 찾은 주민들에게 이같이 안내했다. 남영동 투표소에 있는 선관위 관계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유권자에게 1m 간격을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전투표소 입구 바닥에는 간격 유지를 돕기 위해 흰색 테이프로 간격을 표시해 뒀다.
선관위 관계자들은 투표소 입구에서 유권자들의 체온을 측정한 뒤 정상체온인 것을 확인하고 손 소독제를 유권자의 손에 짜줬다. 손 소독을 마친 유권자는 위생 장갑을 착용하면 된다. 투표소 안에 들어선 유권자는 신분증을 선관위 직원에게 주고 마스크를 잠시 내려 본인임을 확인했다. 기존 투표에서 해왔던 지문인식은 생략하고 대신 전자 서명대에 정자로 이름을 적어 본인임을 확인했다.
선거 날에는 사전투표 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사전투표장으로 향했다. 이날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 전국 평균 투표율은 7.2%로 나타났다. 전국 4399만4247명의 유권자 중 316만5285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선거를 통틀어 동시간대 최고치다. 지난 20대 총선 때는 같은 시간 사전투표율이 3.3%를 기록했고 2018년 지방선거 때는 5.4%를 기록했다. 역대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2017년 대선 때는 7.1%였다.
사전투표에 참여한 김모(33)씨는 “투표 당일이 되면 사람이 몰릴 것 같아서 미리 사전투표를 하러 왔다”며 “사전투표는 사람이 더 적으니 코로나19가 비교적 덜 감염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진영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젊은 세대와 진보성향 유권자일수록 사전투표 의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뉴스1의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6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사전투표 기간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전체의 27.0%에 달했다.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층이 21.5%로 가장 낮았고 중도는 27.6%, 진보는 32.9%가 사전투표를 하겠다고 응답했다.
연령별로도 차이가 컸다. 18~29세는 29.8%가 사전투표를 하겠다고 했고 30대(29.7%), 40대(32.7%), 50대(30.1%) 등이 30% 안팎의 사전투표 의사를 보였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17.4%만이 사전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답해 20~50대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다만 일각에서는 높은 사전투표율이 선거 당일 보수층의 결집을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타나면 위기감을 느낀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며 “진보진영에 꼭 유리한 결과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