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상장지수증권(ETN)과 상장지수펀드(ETF) 주가가 10일 폭락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 산유국을 포괄하는 ‘OPEC+’가 전날 원유 감산 합의에 도달했으나 감산량이 너무 적어 원유 가격을 끌어올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17.25% 급락한 2830원에 장을 마쳤다.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H)’ ETN(-15.50%), ‘KODEX WTI원유선물(H)’ ETF(-5.63%) 등 다른 원유선물 파생상품도 줄줄이 주가가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의 소비자 경보가 긴급 발령된 가운데 유가 상승 전망에 먹구름이 끼었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ETN은 그동안 괴리율(지표가치와 시장가치 간 격차)이 두 배 가까이 벌어져 투자자 손실 가능성이 높았던 것도 부정적이다. 이날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괴리율은 82.59%에 달했다.
원유선물 ETN·ETF 투자자들의 수익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원유선물시장이 극심한 ‘콘탱고 현상’(근월물 가격보다 원월물 가격이 높은 것)을 보이고 있는 것도 투자자에게 부담 요인이다. 원유선물 ETN·ETF는 매월 만기 전에 다음 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기초자산 근월물을 만기 시점에서 원월물로 교체하는 것)를 해야 하는데, 콘탱고 현상이 심하면 롤오버 비용이 커져 상품 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H)’ ETN(13.65%),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 ETF(7.1%) 등 인버스 상품 주가는 이날 크게 뛰었다. 인버스는 기초자산인 유가가 떨어지면 오히려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청개구리 상품’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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