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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켜고 대답해주세요" 사상 첫 온라인 개학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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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 확인 하겠습니다. 호명된 친구는 오디오 켜고 대답하고 손을 들어주세요.”

9일 오전 8시10분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서울여자고등학교 3학년 5반 교실. 교사 김우영 씨가 마스크를 낀 채로 학생이 없는 교실에서 온라인 아침조회를 진행했다. 이날 전국의 중·고교가 3학년부터 온라인 개학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이뤄진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다.



교사가 마이크로 말하면 학생들이 채팅창에 답변 써

사용된 프로그램은 실시간 화상채팅 서비스 ‘줌(zoom)’이었다. 김 교사는 “혹시 컨디션이 안 좋은 친구 있나”며 학생들의 건강상태를 물은 후 한명씩 이름을 부르며 출석을 확인했다. 한 번에 확인하기 어려웠는지 두 번 이상 호명했다. 23명이 출석해야 하나 화면에 얼굴을 비친 학생은 21명이었다.

출석을 마친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학교 공지사항을 볼 수 있는 ‘e알리미’ 앱을 설치해 가입하라"며 "수업을 미루지 말고 잘 수강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기된 3월 연합평가 날짜 등을 안내하고 출석을 못하면 미리 연락해달라고 했다. 아침조회는 10여분만에 끝났다. 출결처리에 대해 묻자 김 교사는 “결석한 2명은 유선을 통해 확인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조회가 끝난 8시 30분부터 3학년 3반 교실에서는 심리학 수업이 진행됐다. 교사 이경주 씨가 진행한 수업에 23명의 학생이 모두 제때 출석했다. 야외에서 출석을 하는 학생도 화면에 비춰졌다. 이 교사는 저작권법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온라인 강의 수강 방법과 과제 제출·평가, 향후 일정 등을 10여분간 전달했다. 수업에는 줌과 자체 제작한 파워포인트 자료가 활용됐다.

이 교사는 간단한 심리테스트로 수업을 시작했다. 그는 ‘친구들과 캠핑을 가 숲길로 들어갔는데, 길을 잃어서 처음보는 들판과 만났다면 친구들은 어떻게 할 건가’라고 묻곤 보기 중에서 답을 골라 채팅창에 쓰라고 했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도 있었다. 이 교사는 한 학생의 음소거를 해제하고 ‘심리테스트도 심리학에 들어갈 수 있냐’고 물었다. 학생은 질문에 “저는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심리테스트 결과가) 다르다”며 심리테스트는 심리학에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는 취지로 답했다.

수업 중 문제가 없진 않았다. 자료로 준비한 드라마 영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자, 학생들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채팅창에 썼다. 이 교사는 소리 공유 기능을 켠 후, 다시 영상을 재생하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아 영상 내용을 직접 설명해주기도 했다.

모든 학교가 학생들의 웹캠 사용을 권하지는 않았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위치한 숭문중학교는 학생들에게 웹캠을 꼭 구입할 필요는 없다고 공지했다. 우희정 숭문중 교감은 “웹캠 품귀현상도 있어 댓글이나 채팅창만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EBS에 녹화영상 업로드 어려워

교실 안은 교사들의 노력이 엿보였지만 문제는 교실 밖이었다. EBS 온라인클래스의 접속 폭증으로 영상 업로드 등에 장애가 발생했다. 송원석 서울여고 연구부장은 “오늘 오전 7시에 EBS 온라인클래스에 용량이 130MB 안팎인 다음 주 수업영상을 올리려고 했는데 두세시간이 지나도 올라가지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이날 오전 EBS 온라인클래스 사이트 접속이 잘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반면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하고 있는 학교는 상대적으로 혼란이 적었다. 숭문중은 모든 학생들과 교사가 구글의 강의 서비스인 ‘클래스룸’을 활용하고 있었다. 45분짜리 영상 업로드도 30분이면 끝났다. 이날 오전 11시 영어 수업을 진행한 윤석준 숭문중 교사는 교사용 자료, 줌뿐만 아니라 프로젝터와 ‘드로이드캠’을 설치한 스마트폰을 활용해 순조롭게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드로이드캠은 스마트폰을 웹캠처럼 사용할 수 있는 앱이다.

교사들은 "수업영상 제작으로 교사들의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중3 수학 녹화영상을 제작한 남궁승호 숭문고 교사는 “45분 영상 제작에 녹화, 편집 등 5시간 정도 할애했다”며 “평소에는 수업준비에 2시간 정도 쓴다”고 말했다. 이어 “한 주당 4개의 영상을 만들어야 해서 주말 시간도 할애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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