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기준금리는 한국은행도 부담이었을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정례회의를 열고 현행 연 0.7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에서도 한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게 봤다. 금융투자협회가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채권시장전문가 10명 중 9명이 금리 동결을 점쳤다. 한은이 지난달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굵직한 경기부양책을 한꺼번에 쏟아낸 만큼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지켜볼 것으로 판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한은은 지난달 16일 임시 금통위를 소집해 빅 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했다.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인하하며 사상 첫 '0%대 금리시대'를 연 것이다.
이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증액,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방식의 '한국판 양적완화', 한미통화스와프를 통한 달러화 공급 등의 유동성 공급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저금리 기조에 코로나19 여파가 더해지며 부채 부담이 높아진 점도 통화정책 운신의 폭을 좁게 하는 요인이다.
한은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3월 은행의 가계와 기업대출 모두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910조9000억원)은 전월 대비 9조6000억원 급증했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기업대출(901조4000억원)은 한 달간 18조7000억원 늘어나며 통계 편제(2009년 6월) 이후 최대폭을 나타냈다.
정부와 은행권의 금융지원이 확대된 점도 대출 증가를 이끌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만큼 4월에도 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선 부국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관심은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이동했다"며 "통화완화에 이은 재정확대 정책이 코로나19로 촉발된 경기 하방리스크를 얼마나 상쇄해줄 지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한은은 국채 및 정부 보증채로 한정돼 있는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특수은행채 등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단순매매 대상 증권 확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이 용이해지고 자금조달 비용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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