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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서비스에 맛있는 피자, 전 5분 만에 피자를 받았어요."
구글에 올라온 인도의 고피자 후기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31)는 지난달 30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인도에 진출한 지 2년째로, 현지에서 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빨리 나오는 화덕피자로 현지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2016년 설립된 고피자는 한국에 5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선 1인용 화덕피자 전문점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3월 인도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에 점포를 연 데 이어 4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고피자가 인도에 진출할 이유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인도 피자시장은 7조원 규모로 연간 20%씩 성장하고 있다. 임 대표는 "전 세계에 이렇게 피자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나라는 없다"며 "연간 1000억원씩 확대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성장세가 가파른 이유는 피자를 즐기는 인구의 비중이 많기 때문이다. 14억, 전세계 2번째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에서 35세 미만 젊은 층 비중은 60% 이상에 달한다.
이에 글로벌 피자체인 도미노피자도 미국에 이어 인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인도 내 도미노피자의 매장은 1200개나 된다. 그는 "도미노가 피자의 대중화에 기여하면서 인도 사람들에겐 도미노는 한국의 맥도날드와 같은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도미노는 인도에서 30분 개런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고, 900원짜리 피자도 내놓을 정도로 현지물가를 반영해 현지화를 잘해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도미노피자는 인도에서 30분 내 배달하지 못하면 피자를 공짜로 주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 2분30초면 뚝딱 화덕피자…'갓성비'
고피자는 현지 절대강자인 도미노피자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가격 및 시간 등 가성비를 극대화했다는 게 특징이다. 임 대표는 "고피자도 900원짜리 피자가 있는데 같은 가격인 도미노보다 치즈도 더 많고 크기도 더 큰 편으로, 가성비를 앞세웠다"고 밝혔다.
고피자는 피자가 오븐에서 나오는 데 2분30초가 걸린다는 게 특징이다. 도미노는 피자 주문을 받는 데 1분, 피자 만드는 데 1분, 오븐에서 요리하는 데 6분, 포장에 3분 등 '11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80% 정도 구워진 도우를 쓰기 때문에 굽는 시간이 짧은 편"이라며 "여러 주문이 들어와도 7분 정도면 완성될 정도로 햄버거집과 비슷한 속도를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저가형 화덕피자 브랜드로는 고피자가 유일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임 대표는 "청담동 퀄리티가 나오는 인도 유명 화덕피자도 많지만 8000원~1만원 정도로 가격이 비싸다"며 "인도 사람들이 평균 점심값으로 100루피(약 1600원)을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화덕피자는 누구나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고 했다. 고피자는 정통 화덕피자를 앞세웠지만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특징인 것이다.
◆벵갈루루 하루 매출 50만원 상회…다양한 메뉴로 '승부'
고피자의 인도 첫 매장은 벵갈루루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들이 모여있는 에코스페이스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벵갈루루 점에선 하루 매출이 많을 땐 50만원을 넘었던 적도 있다"며 "200~250루피 정도의 피자가 많이 팔리고, 치킨과 야채류가 섞인 매콤한 피자가 인기가 높은 편으로 레드볼케이노가 인기 메뉴"라고 설명했다. 인도에서 피자 가격이 1500~25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0만원의 일 매출을 올린 셈이다.
현지에선 한국식 피자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임 대표는 "닭갈비 피자와 베이컨 포테이토처럼 한국에 있는 피자 메뉴들을 현지화해서 출시했다"며 "한국식 양념치킨을 좋아한다는 점을 감안해 치킨도 사이드메뉴로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도에선 소와 돼지고기를 못 먹는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인도 고피자는 한국보다 사이드메뉴의 종류가 더 많다는 특징이다. 인도인들은 다양한 메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는 "KFC에서도 밥 메뉴를 따로 팔 정도로, 인도인들은 선택권이 많은 것을 선호한다"며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 주저했지만, 인도에 들어온 해외 업체들도 다 현지화하는 것을 보고 사이드디쉬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고피자는 아침에 토스트를 판매하기도 하고, 반쪽피자 샐러드 윙 종류를 갖추고 있다. 코라망갈라 고피자에선 한국식 다방커피와 초코파이도 판매하고 있다. 코라망갈라는 한국의 홍대와 비슷한 번화가다. 코라망갈라점은 지난 2월 문을 연 3번째 매장으로, 198m2(약 60평)의 대형 점포다.
임 대표는 "해당 매장은 테이크아웃과 다이닝 손님을 따로 구분해뒀는데, 테이크아웃 손님들이 과자나 커피 등을 먹을 수 있도록 내놓고 있다"며 "인도에서도 BTS를 기점으로 한류가 시작돼, 한국 제품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매장에선 K팝 음악을 틀고 있는데 구글 리뷰에 보면 매장 내 음악이 좋다는 리뷰가 올라와 있을 정도로 한류가 퍼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도미노 이어 2위 자리"…방갈로 매장 40개로
인도에서 현지 피자업체를 비롯해 피자헛 파파존스 등도 있지만, 도미노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임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도미노 외에 뚜렷하게 잘하는 곳이 아직 없는 만큼, 저희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도미노는 쫓아가야 하는 우상적인 존재로 2번 타자만 되더라도 인도에서 성공적이라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인도 현지에서 CEO를 채용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인도 현지에 고피자 한국 직원 2명이 나가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어떤 상권이 좋을 지 등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라며 "인도에서 프랜차이즈 임원을 지냈던 분을 CEO로 모셔와 벵갈루루를 중심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갈로의 면적은 709km2 정도로, 842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그는 "방갈로는 매장 40개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고, 이후 구르가온이나 첸나이 등 IT 중심의 외국인 친화적인 도시에 진출할 것"이라며 "2급 지방도시로도 확대해 동네 명소로 자리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마라타할리 점에선 지방도시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마라타할리 점포는 우리나라 고시촌과 같은 Paid Guest(PG)촌이 초입에 위치해 있다.
임 대표는 "남성 분들이 오토바이를 쫙 세워놓고 대기할 정도로, 반쪽피자인 50루피짜리나 100루피 피자를 사서 데이트를 하러 가거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며 "매장 월세가 30만원인 만큼, 테이크아웃을 중심으로 성장한다면 수익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해당 매장에선 감자튀김이나 콘샐러드 윙과 같은 사이드메뉴만 주문하는 고객들도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인도에선 배달 시장도 커지고 있다. 방갈로의 경우 전 세계에서 교통이 제일 안 좋은 도시로 손꼽힌다. 그는 "차를 타면 옆차와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교통이 극악무도하다"며 "가까운 거리도 일단 1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음식을 많이 시켜먹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지엔 스위기 조마토와 같은 배달 전문업체가 있는데, 여기는 라이더를 직접 고용해서 음식을 배달한다는 게 특징이다.
◆ 동남아 진출…"피자의 패스트푸드화 이끌 것"
이번달 싱가포르에도 5개 매장을 열 예정이다. 오는 17일 4개 매장을 연 뒤 4월 마지막 주에 5번째 매장의 운영을 시작한다. 대학가와 직장가 위주로 배달권역을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싱가포르는 한국을 완전 좋아하는 나라인 만큼, 기대를 하고 있다"며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테스트배드 역할을 하고, 향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도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판단했다.
해외에서 피자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어서다. 그는 "세계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사진으로 많이 올라오는 음식이 바로 피자"라며 "햄버거의 경우 못 먹는 나라도 많지만 피자는 대중적인 메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피자도 홀로 즐길 수 있는 메뉴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는 "인도에서는 이미 피자가 여럿이 즐기는 음식이라기 보다는 각자 먹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피자도 치폴레나 쉑쉑버거처럼 캐주얼하게 간단하게 먹는 형태로 변화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임 대표는 "5년 뒤엔 한국에선 고피자가 성숙기에 이르게 될 것 같고, 해외에선 매장을 300~500개를 운영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해외 젊은층에게 친숙한 브랜드가 되도록 다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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