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맛은 이유가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새로운 맛을 원한다."
빙그레 식품연구소에는 '이상한 맛'을 찾아 헤매는 이들이 있다. 초코, 딸기, 바나나 등 수십 년 간 쓰던 향료를 버리고 30~40개씩 원료로 맛 실험을 한다. 우유에 쿠키, 천혜향, 와사비, 커리, 홍삼까지 안 넣어본 게 없다.
지금까지 ‘오디맛우유’를 시작으로 ‘귤맛’, ‘리치피치맛’, ‘바닐라맛’, ‘호박고구마맛’ 등이 출시됐다. 빙그레는 8일 세상에 없던 우유 '단지가 궁금해 시리즈'의 6탄으로 '캔디바맛우유'를 출시했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1974년 출시됐다. '단지우유', '항아리우유', '뚱바' 등의 별명을 갖고 40년 넘게 사랑 받아온 제품이다. 국내 가공유 브랜드 중 유일하게 연 매출 2000억원이 넘는 '메가 브랜드'다. 독특한 단지 모양 용기가 특징이다.
○이상한 우유, 어떻게 개발되나
'뚱바'의 인기는 10대와 20대들 사이에서 압도적이다. 대학가 근처 편의점에서는 수 년 간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 1~5위 안에 꼭 포함된다. 부모 세대가 먹던 바나나맛 우유의 개념과도 다르다.
빙그레 식품연구소 황신석 연구원은 유튜브 채널 빙그레TV에서 "생각보다 우유와 어울리는 향을 찾기 어려워 한 제품 개발할 때 30~40개씩 테스트 해본다"며 "소비자들의 특정 맛 출시 요청이나 댓글 평가를 보고 영감을 얻기도 한다"고 했다.
오디맛우유, 귤맛우유, 호박고구마맛우유 등 기존에 없던 한정판 제품이 나올 때마다 반응이 뜨겁다. 출시 직후 SNS에는 시음 후기가 줄을 잇는다. "형광펜맛이 난다"거나 "귤맛우유에서 망고맛이 난다"는 등의 평가가 이어진다. 2018년 처음 오디맛우유가 출시된 이후 소비자들의 출시 요청으로 6번째 제품까지 나왔다. 이 중 '바닐라맛우유'는 한정판이 아닌 정규 제품이 되기도 했다.
○'놀이 마케팅'의 정석
빙그레는 장수 브랜드 바나나맛우유를 10대와 20대에게 마케팅 하기 위해 5~6년 전부터 색다른 마케팅에 나섰다. '뚱바'로 뒤덮은 '옐로우카페'를 동대문과 제주에 여는 등 체험 공감 마케팅을 했다. 중국 관광객은 물론 10~20대가 즐겨찾는 명소가 됐다.
2016년 'ㅏㅏㅏ맛우유' 캠페인은 파급력이 컸다. 바나나맛우유를 사서 마음대로 자음공간을 채워 인증샷을 올리는 게 유행이 됐다. CJ올리브영과 협업한 바나나맛우유 화장품도 내놓을 때마다 매진됐다. 스마트폰 카메라 앱인 '단지캠', 원하는 모양의 빨대를 만드는 '마이스트로우' 등도 화제였다.
팬덤을 만들자 소비자들은 '모디슈머(기존 제품을 활용해 자신만의 레시피로 새롭게 만드는 소비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바닐라맛우유에 커피와 얼음을 넣어 만드는 '뚱바아바라' 투게더 아이스크림과 섞어 만드는 '뚱바쉐이크' 등의 레시피가 온라인에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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