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식시장에 대거 뛰어들고 있는 개인투자자(일명 동학개미)에게 재차 투자주의보를 내렸다.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빚을 내 투자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7일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개인투자자 유의사항’이란 제목의 자료에서 “코로나19로 촉발된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는 과거 금융위기와 다른 양상으로, 향후 주식시장 예측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투자자, 특히 경험이 많지 않은 신규 투자자들은 현명하고 신중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심해져 자칫 주가가 다시 하락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
지난 2일에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단순히 과거보다 주가가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에 뛰어드는 ‘묻지마식 투자’, 과도한 대출을 이용한 ‘레버리지 투자’ 등은 자제해달라”며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금융당국이 며칠 새 연거푸 경보음을 울린 것은 최근 증시에서 개인 순매수 증가세가 지나치게 가파르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들어 개인들은 약 25조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개인 순매수 규모는 지난 2월 6조원에서 3월 12조7000억원으로 한 달 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달 삼성전자 등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우량주를 주로 사들인 개인들은 이달 들어선 코스닥시장 ‘정치 테마주’ 등으로 바구니를 넓히고 있다. 7일 코스닥시장에서 개인 순매수액은 3960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1504억원)을 추월했다. 개인들은 3월에만 삼성전자 주식을 4조958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증권업계는 개인들의 매수단가가 주당 4만9000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달 7일에야 삼성전자 주가가 개인들의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셈이다. 시장 전체가 요동치자 개인들은 더 빨리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코스닥시장으로 향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일종의 단기융자 자금인 위탁매매 미수금이 늘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위탁매매 미수거래는 주식 결제대금이 부족할 때 증권사가 대금을 대신 지급해주는 것을 뜻한다. 3거래일 내 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는 해당 주식을 강제로 파는 반대매매를 할 수 있다. 지난해 하루평균 1531억원에 불과했던 위탁매매 미수금은 지난달 23일 3872억원까지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식시장에 내재된 위험(리스크)에 대한 별다른 고려 없이 군중심리에 뛰어든 신규 투자자도 적지 않은 만큼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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