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가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중환자실로 긴급 이송됐다. 당분간 존슨 총리의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 어려워짐에 따라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이 존슨 총리를 대신해 업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영국 총리실은 6일(현지시간) 오후 “존슨 총리가 이날 오후부터 상태가 악화됐다”며 “병원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이날 오후7시께 중환자실(intensive care unit)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27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열흘 가량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머물다가 전날 런던 성 토마스 병원에 입원했다.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열흘이 지나도록 고열과 기침 등의 증세가 사라지지 않아 예방 차원에서 병원에 입원했을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존슨 총리가 산소호흡기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허위정보라고 지적했다. 1964년생인 존슨 총리는 담배는 평소에 피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총리도 이날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증상이 계속 나타나 어젯밤 의사의 조언에 따라 몇몇 통상적인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라브 장관은 이날 오후 5시에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도 “존슨 총리가 각종 공문 등을 전달받아 업무를 보고 있다”며 “여전히 국정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불과 두 시간 만에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이송된 것이다. 총리실은 “총리는 의료진으로부터 훌륭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존슨 총리의 구체적인 상태는 공개하지 않았다. 공영 BBC 방송은 “존슨 총리가 의식이 있는 상태”라며 “산소호흡기가 필요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예방조치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존슨 총리의 상태가 악화되면서 내각은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이 당분간 이끌기로 했다.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라브 외무장관에게 필요한 직무를 대행하도록 요청했다”고 전했다. 통상 총리는 자신이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경우에 대비해 권한을 대행하는 이른바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를 정해둔다. 코로나19가 영국에서 확산되자 존슨 총리는 라브 외무장관에게 이 역할을 맡겼다. 영국 내각에서 외무장관은 총리와 재무장관과 함께 ‘빅3’로 불린다.
라브 외무장관은 존슨 총리의 중환자실 이송이 알려진 뒤 BBC와의 인터뷰를 갖고 “정부는 통제 하에 있다”며 “총리 뒤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팀 정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를 이겨내고 도전에서 승리하도록 하기 위한 총리의 지시와 계획을 확실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야당 정치인들도 일제히 존슨 총리의 쾌유를 기원했다. 키어 스타머 신임 노동당 대표는 “매우 슬픈 뉴스”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에 나라의 모든 이들이 총리 및 그의 가족과 함께 있다”고 말했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는 “우리는 총리 및 그의 가족들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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