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사장 차량번호는 XX 입니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찍은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하고 언론사 대표인 손석희 JTBC 사장에게 CCTV가 있는 것으로 속여 돈을 갈취한 '박사' 조주빈(25·구속 송치)의 뒤에는 범행을 도운 공익근무요원들이 있었다.
2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전날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조회하고 이를 조주빈 등에게 제공한 A(26)씨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는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주빈은 앞서 손 사장에게 텔레그램으로 사진 한 장을 보냈다. 그 사진은 이른바 과천 사고가 발생한 장소 모습을 담고 있었다. 사진 속에는 손 사장과 같은 차종의 승용차가 나와 있었고, 번호판 숫자도 손 사장의 것과 일치했다. 이를 본 손 사장은 조씨에게 수천만원을 보냈다. 하지만 그 사진은 합성 사진이었다.
이런 범죄가 가능했던 것은 개인정보를 다룰 수 있는 공범들의 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A씨는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근무한 기간 동안 주민등록등·초본 발급 보조 업무에 종사하면서 200여명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조회하고 이 중 17명의 개인정보를 조주빈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아르바이트 구인글을 보고 조주빈에게 고용돼 피해여성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신상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조주빈은 이를 협박 및 강요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또 다른 개인정보 불법 조회·제공 행위와 함께 공범이 있었는지도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민센터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은 단독으로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없고 2인1조로 해야했지만 이들은 한 명이 화장실 등을 가거나 자리를 비운 사이 자유롭게 정보를 열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은 "주민센터에서 저런 공익이 사람들 자료를 막 볼 수 있다는 건가? 그러면 지금도 누군가가 자료를 범죄자들한테 넘기고 있다는 건데 불안해서 살 수 있겠나", "공익요원이 개인정보에는 접근할수 없도록 하라. 공무원도 아니고 범죄행위를 아무런 죄책감없이 저지르다니", "아예 공익요원을 주민센터에는 배치하지 마라"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분했다.
한편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오는 3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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