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이스타항공이 전 직원의 절반 가까운 750여 명에 대한 희망퇴직 방침을 밝힌 가운데 산업현장 전반에서 실업 대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영세 사업장과 서비스업 중심의 고용 위기였지만 이제 대기업으로 실업 대란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아직까지 ‘가급적 고용을 유지하라’는 차원의 고용유지지원금 등 휴업 대책에 그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항공업발(發) 정리해고 시작되나
2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과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국제선 항공여객 수는 174만3583명이었다. 1997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저다. 2000년대 초반 200만 명대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당시에는 국내 항공사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이었다. 현재 9개 항공사가 운항 중인 점을 고려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본격 감원 방침을 내놓은 이스타항공 외에도 조만간 ‘제2, 제3의 이스타항공’이 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진에어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1개월 단위의 유급 순환휴직에 들어갔고,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역시 유급휴직을 시행하거나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 항공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말 외국인 조종사 390여 명의 무급휴가 조치 이후 객실승무원 전원을 대상으로 희망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휴직은 감원 직전 단계 조치여서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으면 감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항공산업은 직접 종사자만 5만2000여 명이고, 전·후방 관련 일자리는 17만여 개에 달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관광운송업 등이 지난달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됐지만 지원책 대부분이 고용 여력이 있을 때 도움되는 것들”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대규모 저리 융자 등 신속한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세기업 대량 실업은 이미 현실
항공산업과 밀접한 관광숙박업 등 서비스업과 소규모 여행사 등 영세 사업장의 실업 대란은 이미 현실화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월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증가폭은 16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9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숙박·음식업종에서는 같은 기간 5만3000개 일자리가 사라졌고, 여행사가 포함된 사업시설관리업에서도 1만2000명이 직장을 떠났다. 숙박·여행 관련업에서만 6만5000여 개의 일자리가 줄었지만 이마저도 지난 2월 23일에야 코로나19 감염병 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된 점을 감안하면 3월 통계에서는 실업 대란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한국 경제 상황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실업률 등 고용지표가 악화하는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점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13.4%로 전년 동월에 비해 1.3%포인트 높아졌고,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2월 실업급여 지급액도 781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엄중한 상황인 만큼 영세 사업장 중심의 고용안정 대책을 중견·대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세계 경제가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지금은 대기업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위기”라며 “과거 해오던 대로 중소기업, 대기업 구분해서 지원책을 펼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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