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선물하기 코너에 1일 ‘뻥이요’가 등장했다. 뻥이요는 서울식품공업이 1982년 내놓은 ‘추억의 과자’다. 이 마케팅은 ‘대박’을 쳤다. 이날 카카오톡 선물하기 1위는 뻥이요였다. 커피, 치킨, 케이크 등 선물하기 ‘스테디셀러’를 모두 제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 등이 재미로 뻥이요를 주고받았다. 카카오 선물하기가 ‘국민적 놀이’가 된 셈이다.
거래액 3조원에 달해
카카오 선물하기의 ‘대중화’는 숫자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 서비스를 하는 카카오커머스는 1일 실적을 공개했다. 2018년 말 카카오에서 분사한 뒤 내놓은 첫 ‘성적표’다. 온라인 쇼핑 회사의 외형 지표로는 주로 거래액이 활용된다. 상품 판매 시 수수료만 계산하는 매출과 달리, 상품 전체의 판매액을 합산한다.지난해 거래액은 약 3조원. 2017년(약 1조원)보다 세 배 증가했다. 수 천 만개 물건을 판매하는 e커머스(전자상거래) 티몬과 비슷했다. 카카오커머스는 6000여개 기업 상품을 판매한다.
외형보다 더 주목되는 것은 높은 수익성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 2961억원, 영업이익 76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5%다. 국내 e커머스 대부분이 적자를 보고 있음을 감안하면 독보적 이익률이다. 국내 주요 e커머스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이베이코리아보다 이익 규모가 컸다. 연간 거래액 16조원에 이르는 이베이코리아의 2018년 영업이익은 485억원이었다.
김영란법 시행이후 선물하기 급증
카카오커머스가 성장성, 수익성 모두를 잡은 비결은 시장 선점에 있다. 카카오가 선물하기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2010년 말이었다. 모바일 커피 쿠폰 등을 주로 팔았다. 초기엔 구매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익숙지 않다 보니 카카오톡을 쓰는 사람들도 사용법을 대부분 몰랐다. 간혹 구매하는 사람은 “집으로 커피를 보내주냐”고 물었다. 카카오는 선물하기 기능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시장은 금세 커지지 않았다. 아무리 해도 거래액이 늘지 않았다. 그러다 2017년 갑자기 매출이 폭발했다. 거래액은 그 해 1조원에 이르렀다. 카카오 직원들 조차 놀랐을 정도였다. 유통업계에선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 영향으로 분석했다.
김영란법은 선물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 법이 시행된 2016년 9월 이후 공무원 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 간 선물을 주고받는 것도 꺼려했다. 하지만 ‘성의 표시’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었다. 이 때 카카오 선물하기 기능이 조명받았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안 쓰는 사람이 드물었으니 선물을 주면, 상대방이 최소한 확인할 수는 있었다. 선물 대부분이 5만원 미만이어서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이 크지 않았다. 카카오는 ‘거절하기’ 기능을 2016년말 넣어 싫으면 거절할 수도 있게 했다.
SNS 상품 추천 등으로 기능 확장
카카오는 선물하기 기능에 머물지 않았다. 이용자가 늘자 사업 범위를 확장했다.
2018년 10월 ‘카카오톡 스토어’를 내놨다. G마켓 11번가 처럼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주는 사업이었다. 본격적으로 e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쇼핑하기’란 코너도 선보였다.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화제가 되는 상품을 추천해줬다. 여기에 최근 시작한 ‘톡딜’도 있다. 일종의 공동구매다. 여러명이 한꺼번에 같은 상품을 사면 가격을 확 낮추는 것이다. 함께 구매할 사람을 모으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까지 1만7000개 상품을 이런 식으로 선보였는데, 구매 성사가 된 것이 90% 이상이다. 카카오 측은 “분기 마다 두 배씩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물하기 시장이 커지자 e커머스들도 달려들었다. 티몬은 주소를 몰라도 연락처만 알면 선물이 가능한 ‘선물하기’ 기능을 작년 11월에 넣었다. 신세계 e커머스 쓱닷컴도 같은 해 12월 선물하기 전문관을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 입점 상품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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