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간편결제 서비스인 쿠페이를 분사해 독립 핀테크 사업으로 키운다. 이미 국내 간편결제를 넘어 금융 분야까지 세를 넓힌 네이버·카카오페이를 발빠르게 추격하기 위해서다.
쿠팡은 자사 쿠페이 서비스를 담당하는 핀테크사업부를 100% 자회사 형식의 독립법인으로 분사한다고 지난달 31일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핀테크 진출을 통해 투자와 금융거래 쪽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2016년 만들어진 쿠페이는 국내 최초 원터치 결제 시스템이다. 비밀번호나 지문 입력 등의 순서를 거치지 않고 '결제하기' 버튼만 누르면 구매가 완료되는 시스템이다.
쿠페이의 원래 명칭은 로켓페이였지만, 지난해 5월 명칭을 쿠페이로 변경했다. 또 상표도 근거리무선통신(NFC)을 비롯해 금융투자업 온라인뱅킹업 증권 및 채권거래업 등으로 확대 적용했다. 기존 로켓페이는 결제업이 초점이었다. 로켓배송으로 이름난 쿠팡의 이미지를 벗고 간편결제 확장성을 위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 쿠페이, 쿠팡 매출 확대에도 기여쿠페이는 쿠팡의 매출 확대에도 효자노릇을 했다. 쿠페이는 지난해 쿠팡 전체 거래액 13조원의 상당 부분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페이의 결제액은 따로 나오지 않지만, 쿠페이를 포함한 간편결제거래액이 확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쿠팡의 매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의 '2018년 간편결제 서비스 현황'에 따르면 간편결제거래액 규모로 쿠페이는 3위다. 쿠페이를 비롯해 스마일페이(이베이코리아) 네이버페이(네이버)의 겸업PG 상위 3개사의 간편결제액은 2018년 16조2000억원으로 전체 PG사 결제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 3개사의 결제 금액은 2016년 3조7000억원에서 2017년 10조원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같은 기간 이커머스 결제액은 2016년 27조원에서 2017년 50조원으로 두 배 가량 성장한 데 이어 지난해 80조원까지 확대됐다.
쿠페이의 가입자는 점차 증가하면서 지난해 6월 기준 1000만명을 돌파했다. 쿠팡의 음식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도 지난해부터 쿠페이를 적용하고 있다.
◆ 쿠팡·쿠팡이츠에만 한정…사용성 확장 '과제'쿠팡은 쿠페이의 분사를 통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과 경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의 누적 가입자는 3000만명에 달하고, 스마일페이도 140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쿠페이는 핀테크 후발주자인 만큼 페이의 활용도를 높이는 확장성이 과제다. 현재 쿠페이는 쿠팡과 쿠팡이츠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누적 이용자 1000만명은 쿠팡 한 곳에서만 거둔 성과다. 간편 결제는 사용처가 많아야 이용자가 늘어나는 만큼, 그간 선발주자들은 오프라인 결제 뿐 아니라 각종 생활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해왔다.
카카오는 2017년 핀테크 사업부를 카카오페이로 분사했다. 편의점 이마트 등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오프라인 확장성에 힘을 싣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증권은 바로투자증권 인수자격 심사를 통과하며 증권업에도 뛰어들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서비스를 개시한 지 6일 만에 20만 계좌가 개설됐다.
네이버도 지난해 7월 네이버페이를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사용자들이 네이버페이를 이용하다 쌓은 페이포인트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예적금 등 투자 상품에 넣을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네이버페이의 월 결제액은 지난해 7월 기준으로 1조4000억원까지 확대됐다.
스마일페이는 오프라인 활용도가 높다는 게 강점이다. 2014년 G마켓 옥션의 전용 간편결제서비스였지만 2016년 던킨도너츠 파리바게뜨 베스킨라빈스 등 SPC 그룹과 제휴를 통해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로 확대됐다. 현재는 마켓컬리를 비롯해 신라인터넷 면세점은 물론 CGV 야놀자 인터파크 핫트랙스 등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