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의 막후 실세로 거론되는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은 금융권 경력이 전무한 인물이다. 원래는 유사수신 행위로 돈을 갈취하거나 코스닥 횡령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兆) 단위 자금을 굴리는 라임펀드를 등에 업으면서 노는 물이 달라졌다. 양지(제도권 금융)와 음지(코스닥 사채)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활동 무대를 넓혔다.
그가 라임펀드 자금을 쌈짓돈처럼 끌어다가 ‘인수합병(M&A)→횡령→M&A→횡령’을 반복하는 꼬리에 꼬리를 문 사기 행각을 벌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작년 말 유명 사모펀드(PEF), 변호사들과 라임펀드 인수단을 꾸렸다가 실패로 끝났는데 이 과정에서 경영권을 갖고 있던 재향군인회상조회와 헤지펀드 운용사에서도 돈을 빼낸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은 잠적했지만 그의 파트너인 유사투자자문업자와 사채업자 등은 상장사 자금을 빼돌리고 그동안의 흔적을 지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멈추지 않는 ‘연쇄 횡령’지난해 초 벌어진 수원여객 횡령 건은 김 회장이 라임펀드, 투자은행(IB) 전문 증권맨들과 벌인 합작품이었다. 고향 친구인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의 소개로 일이 이뤄졌다. 수원여객 경영권 탈취 계획은 실패로 끝났지만 김 회장은 든든한 조력자와 횡령금 161억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이 돈을 종잣돈으로 친구인 장모 제주스타렌탈 대표, 사채업자 김모 회장 등과 함께 코스닥 기업 스타모빌리티(옛 인터불스) 에이프런티어(옛 영인프런티어)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라임펀드와 포트코리아펀드 자금을 600억원가량씩 지원받았다. 라임 자금을 받자마자 라임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이 터지면서 주가가 급락하자 플랜B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종필 전 부사장이 정치권과 조직폭력배 인맥을 과시한 김 회장에게 더 의존하게 된 것도 이때로 보인다. 한 코스닥시장 관계자는 “김 회장은 ‘가오’(얼굴을 뜻하는 일본어로 체면이나 자존심을 의미함)를 잡으면서 이 전 부사장을 아이 다루듯 대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사장이 작년 11월 구속 직전 잠적하자 김 회장은 음지와 양지 모두를 움직여 라임펀드 인수에 나섰다. 음지에선 친구인 장 대표와 유사투자자문업자 장모 전 A스탁 대표, 사채업자 김모 회장 등과 함께 스타모빌리티 자금 등을 빼내 재향군인회상조회와 JS자산운용 경영권을 인수했고, 양지에선 청와대 행정관 등의 인맥을 대거 동원해 롯데손해보험 등 제도권 금융까지 끌어오기로 약속받았다.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올해 1월 피해자와 나눈 대화에서 “김 회장이 주도하는 라임펀드 인수단에는 자산 14조원의 롯데손보가 참여하기로 했다”(녹취록)고 말했다.
“막판 횡령 위한 알력 싸움 중”라임펀드 인수 계획이 무산되자 김 회장 일당은 JS자산운용과 재향군인회상조회 등에서 돈을 대놓고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인감을 확보한 뒤 대여금 형식으로 장외업체로 돈을 빼돌리는 방식을 썼다. 상조회에선 자금 유용이 쉽지 않자 알짜 자산인 여주학소원장례식장을 허위로 매각하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유사투자자문업자인 장 전 대표가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또 상조회 관련 컨설팅 비용을 받는 식으로 자금을 빼돌렸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결국 ‘수원여객→스타모빌리티·에이프런티어→재향군인회상조회→여주학소원장례식장’ 등으로 꼬리를 문 ‘횡령 M&A’가 1년 내내 이어진 것이다.
김 회장이 잠적한 가운데 스타모빌리티 내부에선 50억원대 대우조선해양건설 우선주(RCPS) 대금을 놓고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횡령 증거를 은폐하는 한편 도피 내지 은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막판 알력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검찰과 경찰이 수원여객 횡령 사건을 방치하면서 라임펀드 및 코스닥 투자자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여객 횡령 사건 등에 등장했던 인물은 반복해서 등장한다. K법무법인의 김모 변호사, 스타모빌리티 감사를 지낸 추모 변호사 등이다.
잘나가는 PEF들이 자주 나오는 점도 특이하다. 수원여객 경영권 인수 시도 때, 인터불스의 바이오사업 진출이나 대우조선해양건설 투자 때도 PEF와 함께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