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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로나19, 위기관리 제도화 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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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은 적극적 추적 및 진단 체계와 앞선 시민의식으로 확산을 다소 진정시킬 수 있었다. 중국의 무조건적 봉쇄나 정보 차단과는 다른 한국의 ‘개방형 관리 모델’을 만들어 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는 질병 등의 대규모 재난에 대한 효과적 대응체계 구축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코로나19 전파 초기의 출입국 관리, 종교적 자유와 사회 안전의 관계, 학교 개학 시기, 긴급 의료 물자의 부족, 이른바 ‘재난기본소득’ 지급 및 경기 부양 방안을 둘러싼 갈등과 비효율성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사후(事後)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 신속하고 단호하게 실행해야 할 정책이 국제관계와 국내정치의 영향하에 흔들리고 지연될 수 있다. 재난 확산의 초기 신호가 감지될 때 사전 예방과 차단, 경제 충격의 완화, 일상의 조기 회복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지체 없이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 방안을 갈등과 혼란 없이 수용할 수 있으려면 사전에 사회 공감대 형성과 법제화가 필요하다.

새로운 형태의 질병, 기후 변화와 식량 안보, 핵 안전과 사이버 테러 문제가 언제든지 세계적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미 ‘위기의 일상화’ 시대에 들어섰다. 예측이 어려운 일상적 위기의 대처 방식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정책 엇박자, 사회 구성원의 정치적 시각차로 인해 위기관리 방안의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 각국이 연대와 공동보조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통일된 선제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내외국인의 출입국 관련 정책은 미리 정한 명확한 기준과 지침 없이는 외교적 갈등과 우리 사회의 논란으로 인해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종교를 포함한 집단 운영 시설에 대한 사후 조치 역시 많은 허점을 지닌다. 의료 물자 및 장비도 적기에 충분히 공급할 수 있도록 비상시에 즉각적인 산업 생산 전환이 가능해야 혼란을 피할 수 있다. 신속한 예방과 차단, 관련 물자 증산 조치를 뒷받침할 제도의 입법화가 시급하다.

경제 대책 역시 아직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상황에서 꺼내들었던 정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동성 공급 확대에 의지해 기업의 활력과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전통적 ‘양적 완화’ 정책만으로는 막대한 재정 부담과 정책 효과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어렵다. 실효성을 외면한 지자체 각각의 단편적인 선심성 지원 정책에는 비효율성과 사회 갈등이 뒤따른다. 해외 생산시설의 가동 중단이나 원자재 및 중간재 공급망 교란, 정규 및 비정규 고용 시장의 충격, 금융시장의 심리적 불안 증폭에 신속하게 대처할 정교한 정책 도구와 제도적 장치를 이번 기회에 구축해야 한다. 막연히 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에 대비한다는 공허하고도 추상적인 언사(言辭)는 위기 상황에선 무용지물이다.

상시적 위기관리 체계는 식량 안보의 위협, 핵 사고 및 정보통신망 교란 등의 대응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중국 동부 연안지역에서 이미 가동하고 있거나 건설 중인 약 40기의 핵 발전 시설에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중국의 정보 차단과 비밀주의로 인해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 서해 도서 지역에 정밀 대기 측정 시설과 조기 경보체제를 구축하고 정부와 기업, 주민은 체계적 행동 수칙을 미리 갖춰야 한다. 다양한 재난발생에 따른 위기 상황에서 관련국의 반응과 국내 여론 향배에 따라 채택하는 ‘사후 약방문’식 정책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몫이 된다. 코로나19 사태의 경험은 우리 미래를 위한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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