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약동의 계절이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대지의 에너지가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이렇듯 자연은 우리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공동체의 터전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한다. 그렇지만 사회 질서를 깨뜨리는 주변의 행태에 아쉬움이 큰 게 사실이다.
현수막 등 불법 옥외 광고물을 가로수에 매달아 수형을 해치거나, 근린공원 등지에서 상업성 광고물을 노끈으로 매달아 나무를 고사시키는 불법 행위가 난무하고 있다. 개학에 총선까지 겹치는 오는 4월에는 이런 불법 행위가 더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사실을 아는 관공서조차 이들 불법 옥외 광고물을 단속하지 않고 그냥 보고만 있다는 것이다.
한자로 나무 목(木)은 사람이 걸어가는 모양을 그렸듯이, 나무는 사람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사람이 내뱉는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다시 산소를 내주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생명의 개체임이 틀림없다. 나무와 숲을 사랑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 불법 현수막을 볼 때마다 잠시 ‘나쁜’ 생각을 하기도 한다. 불법 현수막을 거는 사람의 팔다리를 노끈으로 묶어 나무에 매달아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나무에 현수막을 거는 사람들이 나무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되지 않을까.
불법 옥외 광고물을 근절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해본다. 우선, 광고물의 적정 수요를 파악한 다음 위치를 고려해 고정장치 게시걸이를 설치하고, 게시기간을 설정해 새로운 광고물을 교대로 게시할 수 있도록 한다. 관청에서는 광고물 설치자가 불법적으로 광고물을 설치할 경우 과태료 등 행정처분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최근에는 생활불편 신고제도가 마련돼 누구든지 ‘신고앱’을 이용해 즉시 불편을 신고할 수 있다.
결국 우리 시민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불법 현수막으로 인한 나무의 피해를 우리 시민 말고 누가 생각해 줄 수 있을까?
박주환 < 숲해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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