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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계 최대 코로나 감염국…트럼프 재선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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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과 이탈리아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국이 됐다. 이달 1일 75명에 불과하던 환자가 한 달도 안 돼 8만5000명을 넘었다. 최근 1주일 새 환자가 매일 1만 명 이상꼴로 늘면서 각 주(州)에서 조만간 의료시스템이 버틸 수 없을 것이란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통계 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26일 밤 12시(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8만5000여 명으로 중국(8만1340명), 이탈리아(8만500명)보다 많아졌다. 하루 만에 확진자가 1만7000명 넘게 늘었다. 사망자도 전날보다 270명가량 증가해 1300명에 달했다. CNN은 “지금까지 가장 치명적인 날”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확진자 증가세가 기하급수적이다. 첫 환자가 나온 건 1월 21일이었다. 이후 두 달 만인 3월 19일에 1만 명을 넘었다. 그로부터 불과 1주일 만에 8만 명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15일간 외식·쇼핑·여행과 10인 이상 모임 자제’를 권고하고 주별로 자택 대피령, 상점 영업 제한, 휴교·재택근무 지시 등 비상조치를 내렸지만 증가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환자가 폭증하면서 인공호흡기, 마스크 등 의료장비 부족도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의 거의 절반(3만9000명)이 나온 뉴욕주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뉴욕 시내 한 병원 의사는 CNN에 “인공호흡기도, 침상도 없다”며 “뉴욕에서 마치 제3세계 국가에서 벌어질 법한 시나리오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사는 “약 2주 전 첫 코로나19 환자를 받은 뒤 지옥문이 열렸다”고 했다. 코로나19 환자가 물밀듯 밀려들지만 병원은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마운트시나이웨스트 병원에선 보호장비가 없어 보조 간호사 3명이 검은 쓰레기 봉투를 몸에 둘러쓰고 환자를 돌보기도 했다. 뉴욕포스트는 24일 이 병원 간호관리자 키우스 켈리(48)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전했다.

뉴욕대 의대는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졸업반 학생 일부를 3개월 조기 졸업시켜 의료 현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의료물자 지원이 없을 경우 11개 공공병원은 이번주까지만 버틸 수 있다”고 했다. 뉴저지주와 텍사스주는 병원들에 필수적이지 않은 수술과 치료를 연기하도록 했다. 일리노이주는 이미 폐업한 병원을 다시 개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랜트 콜팩스 샌프란시스코 보건국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이 모든 노력에도 지금 뉴욕에서 전개되는 것과 비슷한 시나리오를 우리도 맞이할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들은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가 중국을 삼키는 와중에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고, 초기에 광범위한 검사를 하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1위 국가’라는 오명을 쓰면서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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