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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켄트대에서 환경 인문학 부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풍요와 편리를 추구해온 인류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환경과 몸의 진화가 어떻게 어긋났는지를 찬찬히 짚어간다. 책 전체를 5부로 나눠 5억 년 전부터 현재와 미래까지 연대기 순으로 정리한다.
저자에 따르면 두발걷기로 손이 자유로워진 직립보행에서부터 농경생활로 정착하고 도시를 형성해 공장이 들어서기까지 몸의 변화는 새로운 질환과 함께했다. 수렵채집이 끝나면서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이 늘었고, 뼈와 턱의 모양도 변했다. 가축을 키우고 도시에 밀집해 살면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했고 전염성은 높아졌다.
공장이 들어서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몸의 움직임은 크게 줄었다. 그 변화의 상징이 의자다. 집, 직장, 자가용, 대중교통, 극장, 술집 어디든 앉아 있는 게 일상이 됐다. 환경은 앉아 있는 행위와 강한 연관 관계를 지니며, 이 행위는 다른 질환들의 관문 질환이 됐다.
인류의 역사에서 의자의 등장은 생각보다 이르지 않다. 가장 흔한 휴식 자세는 쪼그려 앉기였다. 쪼그려 앉으면 등 아랫부분이 펴져 요통이 없다. 다만 장딴지 근육이 길어야 균형을 잡고 몸의 무게를 다리와 발로 적절히 분산시킬 수 있다. 현대인은 굽이 있는 신발을 신고 의자에 앉아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장딴지 근육이 짧아졌다.
의자가 보편화된 것은 근대 초기 들어서다. 권위를 나타내던 의자는 고된 일을 견뎌야 했던 산업혁명 시기로 접어들면서 편안함과 여가의 상징이 됐다. 영화와 TV, 컴퓨터 게임은 더 많은 시간을 의자에 머물게 했다. 신체 움직임의 불균형은 갈수록 심해졌다. 앉아 있으면 등 근육이 약해지고 이는 관절 이상으로 연결된다. 문제가 생긴 관절은 움직임과 힘이 달라지고 탄성이 줄어들어 척추 구조를 변화시킨다. 책은 무엇이 어떤 방식으로 각종 질병을 가져왔는지를 역사와 의학, 인류학과 사회학을 아울러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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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존재로서 우리는 천천히 정지해 간다”는 문장이 무겁게 다가오지만 저자가 미래를 비관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말한다. “지구의 거대한 숲들이 기꺼이 우리에게 제공한 것들을 조금 더 즐길 수 있도록 스스로 변해야 할 시간이 왔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