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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n번방 모방범…16세 '태평양'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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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n번방’에서 유포된 성착취물을 별도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다시 유포한 모방범들이 잇따라 경찰에 붙잡히고 있다. 이 중 최대 1만 명 규모의 대화방을 운영한 ‘태평양’은 16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벌어들인 가상화폐 수익을 추적하기 위해 빗썸 등 가상화폐거래소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신저 옮겨가며 ‘n번방’ 운영

서울지방경찰청은 26일 텔레그램 대화방 내에서 성착취물을 유포한 ‘태평양’ A씨를 지난달 20일 구속한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발표했다. A씨는 박사방의 유료회원 출신으로 운영진에 합류했으며,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텔레그램 내에서 ‘태평양원정대’라는 별도의 성착취물 공유방을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대화방엔 최소 8000명에서 최대 1만명가량이 참여했다.

A씨는 지난 2월 경찰이 n번방 모방범과 구매자 60여 명을 체포하자 텔레그램 대신 더욱 보안이 강력한 메신저인 ‘와이어’까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어는 신규 가입 시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텔레그램과 달리 이메일만으로 등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용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박사’ 조주빈도 텔레그램뿐만 아니라 ‘위커’와 같은 보안 메신저를 이용해 ‘메뚜기 운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미성년자로 밝혀지면서 처벌 수위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미성년자 음란물을 제작·유포 시 징역 5년형 이상을 내리게 하고 있다. 현행법상 16세인 A씨가 소년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징역형을 받더라도 단기 5년, 장기 10년형 이상을 받지 못한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는 “A씨가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아청법 위반에 따른 법 적용은 받게 될 것”이라면서도 “죄질이 가볍지 않지만 소년범이라는 특성상 재판을 받게 되면 어느 정도 참작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정부 “n번방 수사·행정지원 총력”

n번방 모방범들이 속속 잡히면서 수사도 탄력을 받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이날 텔레그램상에서 미성년자 음란물을 판매한 20대 두 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전북지방경찰청도 n번방과 비슷한 수법으로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한 20대 1명을 검거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n번방과 비슷한 사건을 네 건 더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사’ 조씨가 성착취물 판매로 거둬들인 가상화폐 수익도 추적 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3일 빗썸, 업비트, 코인원 등 가상화폐거래소 세 곳과 구매대행업체 베스트바이를 압수수색했다고 이날 밝혔다. 조씨가 거둬들인 가상화폐 수익은 수십억원 단위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26일부터 전국 지방경찰청에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단’을 설치하고, 성착취물의 주요 유통 경로인 텔레그램, 다크웹, 웹하드 등을 연말까지 집중단속한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박사방의 조력자와 영상물 제작·유포자 등 가담자 전원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는 등 엄정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n번방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성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총괄팀장은 진재선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며 산하에 △수사지원 △법·제도개선 △피해자보호 등 5개 팀을 꾸렸다.

행정안전부는 피해자들을 위한 행정 지원에 나섰다. 행안부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는 n번방 피해자들이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할 경우 통상 3개월이 걸리는 절차를 3주 안에 끝내겠다고 이날 밝혔다. n번방 사건 피해자가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하면 ‘긴급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심의를 신속 처리할 방침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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