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자동차 양산공장이 아니라 연구소에서 정규직과 분리된 업무에 종사하는 하청업체 근로자도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와 비슷한 형태로 하청업체를 사용해 온 자동차, 전자, 철강 등 제조업 사업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현대차 남양연구소 협력업체 근로자 박모씨 등 4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씨 등은 2005~2006년 현대차의 신차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남양연구소에서 시험용 차량의 도장업무에 종사해왔다. 연구소는 박씨 등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개발 중인 신차의 도장 업무를 수행하고, 현대차 소속 정규직 연구원들이 그 결과를 분석해 문제점을 확인·점검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운영돼 왔다. 박씨 등은 2014년 10월 사실상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며 현대차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현대차가 해당 근로자들을 사실상 지휘·감독해왔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고들은 현대차가 정한 생산계획에 따라 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에 맞춰 생산공정 중 일부에 참여했고, 현대차로부터 작업량, 방법, 순서, 장소, 시간 등을 직접적·개별적으로 지시받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세 번째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은 2010년 현대차 울산공장 메인라인인 의장공장의 하청근로, 2015년 아산공장의 의장공장 외 차체공장, 엔진공장 등 서브라인 하청근로 등을 불법파견으로 인정하는 등 불법파견 범위를 점차 넓혀 왔다.
원고 측을 대리한 김기덕 법무법인 새날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최초로 정규직이 수행하는 업무와 분리돼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만 수행하는 업무에 관해서도 파견근로로 인정했다”며 “비슷한 형태로 협력업체 근로자를 사용해온 자동차, 전자, 철강 등 제조업 사업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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