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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고 1t LPG 트럭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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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등장한 중형 액화석유가스(LPG) 승용차는 영업용 외에 국가유공자, 장애인, 자치단체 등으로 사용이 확대됐다. 당시 환경부는 더 나아가 1996년부터 소형 트럭 등의 매연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그러자 기아자동차는 1994년 국내 처음으로 1t 와이드 봉고 LPG 트럭과 하이베스트 LPG 승합차를 내놨다. 고급 세단 포텐샤에 장착됐던 2200㏄ LPG 엔진을 탑재해 최고 94마력을 자랑했다. 가스 누출에 대비한 긴급 가스차단장치를 마련해 운전자를 안심시켰다. 또 당시로서는 매우 드물었던 자동 변속기를 적용해 소상공인의 필수 차종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자동차는 포터 1t LPG로 대응에 나섰다. 100마력의 2.4L LPG 엔진을 탑재해 봉고 트럭을 견제했다. 현대차는 디젤 대비 LPG 엔진 출력이 25% 높고, 최대토크는 13% 앞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LPG 가격이 조금씩 오르고 디젤에 밀려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자 결국 2003년 LPG 엔진 탑재를 중단했다.

1t LPG 트럭 판매가 줄어든 것은 기아차도 예외가 아니었지만 판단은 달랐다. LPG 엔진을 잠시 없앤 뒤 2009년 최고 159마력의 2.4L LPG 엔진을 얹어 다시 등장시켰다. 디젤 엔진의 위세가 워낙 높아 판매는 연간 100대 수준에 머물렀다. 어느 정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던 셈이다.

하지만 봉고 1t LPG가 반전을 일으켰다. 대기질 개선에 성공하려면 1t 경유 트럭 감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환경부는 최대 565만원의 보조금까지 책정하며 1t LPG 구매를 독려했고, 덕분에 지난해는 무려 3600대가 판매됐다.

보조금 효과에 고무된 환경부는 올해 1만 대에 달하는 LPG 1t 트럭 보조금을 예산으로 마련해 기아차에 생산을 독려하는 중이다. 이미 3000명 넘는 계약자가 출고를 기다리고 있어서다. 1t LPG 트럭은 국내 소상공인의 주요 사업 수단이라는 점을 감안해 기아차도 출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디젤의 수출 물량과 LPG 부품 공급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녹록지는 않다.

그런데 1t LPG 트럭 생산을 늘려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정부가 2023년부터 수도권 대기관리권역 내에서 1t 경유 트럭의 택배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보조금으로 LPG 트럭에 경제적 우위를 부여했다면, 이번에는 이용 목적에 따라 연료 사용을 구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택시와 시내버스·고속버스 등의 연료로는 LPG, 압축천연가스(CNG), 디젤이 사용되는 것처럼 소형 화물 또한 용도에 따라 연료 사용을 나눠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택배의 경우 이동 경로가 정해져 있고 단거리 주행이 많다는 점에서 LPG로 바꿔도 충분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t LPG 트럭의 조기 출고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택배 등의 배달 수요가 폭증하자 서둘러 공급해 달라는 목소리다. 기아차로선 소수라도 찾는 사람이 있어 LPG 1t 트럭 판매를 유지했는데, 대기질 개선으로 초점이 바뀌면서 반전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단종의 유혹을 참아내며 견뎌낸 시간이 꽤 길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보답’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권용주 <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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