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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라임사태 '방치' 하는 새 환매중단 펀드에서 거액 또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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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에서 또 거액이 코스닥 한계기업으로 흘러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자금 유출은 금융감독원의 라임 검사 발표가 미뤄졌던 시기에 집중적으로 벌어졌다. 금융당국이 라임 사태를 ‘희대의 금융사기’로 인지하고도 이례적으로 방치하고 있다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은 지난해 말 포트코리아 런앤히트12호펀드를 통해 코스닥 에스모그룹에 240억원을 투자했다.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에스모에 107억원, 그 계열인 에스모머티리얼즈에 133억원을 지원했다. 포트코리아 런앤히트12호는 환매 중단된 라임 플루토펀드 자금이 담긴 연계 헤지펀드다.

라임은 이와 별개로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에스모머티리얼즈 전환사채(CB)에 171억원을 투자했다. 차환 발행 형식을 띠고 있지만 라임이 편법 재투자를 통해 코스닥시장 기업사냥꾼들과 결탁한 머니게임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라임이 그동안 에스모그룹에 투자한 금액은 2000억원이 넘는다.

라임은 이에 앞서 올해 1월 환매가 중단된 펀드 자금 중 195억원을 ‘뒷배’로 거론되는 김봉현 회장 소유의 코스닥기업 스타모빌리티에 투자하기도 했다. 포트코리아도 비슷한 시점에 김 회장이 실질 사주인 에이프런티어에 600억원을 투자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희대의 사기' 수개월 前 인지하고도…금감원, 라임 '수상한 방치'

금융감독원이 내세우는 제1의 원칙은 금융소비자 보호다. ‘쌍두마차’ 윤석헌 원장과 원승연 부원장의 굳건한 감독 철학이다. 윤 원장은 2018년 취임 직후 금융소비자 감독 역량을 높이기 위해선 금융회사와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원 부원장은 자본시장 불법 행위에 대해 피도 눈물도 없는 ‘저승사자’로 통했다. 피해자도 없었던 발행어음 총수익스와프(TRS) 대출과 관련, 한국투자증권에 영업정지 같은 중징계를 시도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대해선 ‘특별 대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제도권에서 이뤄진 사기 사건으로 수조원대 피해를 초래했음에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적대고 허둥거렸다는 지적이다. 라임 ‘뒷배’로 거론되는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금감원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 사이의 커넥션이 드러난 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라임을 둘러싼 금감원의 수상한 대응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공모 운용사 전환 미스터리

무엇보다 라임의 전격적인 공모 운용사 전환 추진이 미스터리다. 원종준 라임 대표는 2018년 5월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투자자에게 투자 기회를 주고 싶다”며 “금감원과 사전 협의 후 공모 운용사 전환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당시 라임이 폭풍 성장하고 있던 시기였다는 점을 고려해도 드러난 라임의 부실 수준을 감안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라임의 공모 운용사 신청은 도둑이 제 발로 경찰서로 찾아간 꼴이어서 전환 신청 자체가 금융당국과 수상한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7월 라임의 편법 운용 의혹을 처음 제기한 뒤 펀드 운용상 문제가 드러나자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라임의 공모 운용사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들의 라임 펀드 환매를 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라임의 국내 1위 채권평가회사인 한국자산평가 인수 를 위한 사모펀드(PEF) 출자 건도 승인했다. 금감원이 라임 불법 운용 실태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에 나서기 직전 일이어서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자산평가는 라임펀드 등의 기준가 산정을 맡는 회사다. 금감원은 라임의 공모 운용사 전환 신청이나 한국자산평가 승인 건 모두 원칙적으로 처리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의도적 시간 끌기였나

두 번째 미스터리는 라임 검사 이후의 일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2일 라임 검사를 마쳤다. 그리고 올해 중간 검사 결과를 2월 14일 내놓았다. 무려 4개월 보름 가까이 걸린 셈이다. 금감원이 유독 라임 사태에서 시간을 끌었다는 데 대해선 업계에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결과적으로 라임 ‘뒷배’로 거론되는 김 회장이 움직일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헤지펀드 운용사에 이어 12월 재향군인회상조회를 인수했다. J법무법인 관계자들과 라임운용 또는 라임펀드 인수단을 꾸리고 가동했던 시기도 이때다.

금감원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11월께 중간 검사 결과에 대한 정리가 끝났다. 하지만 삼일회계법인 펀드 실사가 길어진다는 이유로 올 2월까지 늦춰졌다. 한 변호사는 “셀 수 없는 피해자가 있는 중대 사건을 라임 사건처럼 질질 끌고 가는 건 처음 본다”며 “청와대 전 행정관이 경제수석실에서 라임 사태가 늦춰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대신증권 등에 대한 검사를 이제서야 진행하고 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연루된 싱가포르 로디움은 조사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건재한 라임 잔당들

라임 사태에 연루된 운용사 은행 증권사 등에 대한 제재는 기약도 없다. 라임 경영진은 그대로 유임됐고,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함께 임직원 펀드를 만들어 수백억원을 뒤로 챙긴 혐의를 받는 임직원들도 건재하다. 라임은 물론이고, 포트코리아 라움 등 ‘아바타 운용사’나 증권사 스와프뱅크 등에 대한 제재도 나오지 않고 있다. 김 회장과 같은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이 금융당국의 검사가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라임 잔당’들과 코스닥 머니게임을 벌일 수 있는 배경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초 ‘무자본 M&A 조사협의체’를 구성해 기획조사한 결과 무자본 M&A 총 24개사의 위법행위를 적발했다고 작년 말 발표했다. 라임이 무자본 M&A를 지원한 코스닥시장 종목만 수십 곳에 달하지만 금감원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은 점도 미스터리로 꼽힌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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