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대량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모든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근로자 휴업·휴직수당의 80%를 지원하기로 했다.
경영난에도 해고 대신 휴업·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한 모든 기업들에게 정부가 휴업·휴직수당을 일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은 영국에서 정부가 80%에 달하는 휴업·휴직수당을 일괄 지원하는 건 전례없는 파격적인 대책이라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평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는 20일(현지시간)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기업들이 근로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근로자들은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며 “정부가 근로자들의 급여를 대신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면서 휴직이나 휴가를 보낼 경우 월 급여의 80%를 보조해 주기로 했다. 한국의 고용유지지원금과 비슷한 제도다. 앞서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종전 최대 66%에서 75%로 높이고, 관광·공연업 등 특정업종에 대해선 90%까지 상향했다. 영국 정부는 기업 규모 및 업종을 막론하고 휴업·휴직수당의 80%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월 한도는 최대 2500파운드(약 370만원)이다. 급여 보조는 향후 3개월 동안 지속된다.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필요하다면 급여 보조를 더 연장할 수 있다”며 “급여 보조를 위한 재정지출 규모는 어떤 제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근로자를 이미 해고한 기업들도 해당 근로자를 복직시킨다면 소급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한국과 달리 영국은 미국과 함께 전 세계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은 국가로 손꼽힌다. 물론 재취업과 직업훈련을 위한 고용지원제도는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에서 해고와 재취업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공영 BBC는 “영국 정부가 이런 계획을 내놨다는 것이 믿을 수 없는 파격적인 대책”이라며 “기업들조차 상상을 못한 지원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존슨 총리는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정부는 기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한다. 기업도 근로자들의 편에 서달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영국 정부는 모든 기업들에게 부가가치세(VAT) 납부를 오는 6월 말까지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수낙 장관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 대책을 다음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존슨 총리는 이날 밤부터 영국 전역의 모든 펍(pub)과 카페, 식당을 전면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나이트클럽과 극장, 영화관, 체육관 등은 가능한 한 빨리 휴업에 들어가도록 했다. 공공장소 출입을 자제하라는 정부 권고를 국민들이 제대로 따르지 있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존슨 총리는 “폐쇄 조치는 매우 엄격하게 적용할 계획”이라며 “폐쇄 조치를 계속 적용할 지 여부는 매달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봉쇄나 이동금지 조치는 내놓지 않았다.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도 계속 운행된다. 존슨 총리는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전달하는 대중교통을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권고를 효과적으로 따를수록 더 빨리 의료적·경제적으로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983명으로 전날(3269명) 대비 714명 증가했다. 사망자는 33명 늘어난 177명으로 집계됐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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