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개발 중인 경구형 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제 ‘YD-312’는 주사제 위주인 기존 시장에 혁신적 변화를 불러올 것입니다.”
이진우 와이디생명과학 대표는 “황반부종, 황반변성, 당뇨병성 망막증 등의 안과질환 치료제는 대부분 눈 부위에 투여하는 주사제여서 환자에게 큰 불편함과 공포감을 심어준다”며 이같이 말했다.
거부감 높은 안구 주사 대신 먹는 약 개발이 대표는 바이오벤처업계에서 흔치 않은 금융권 출신이다. 1983년 하나은행(당시 보람은행)에 입사해 2002년까지 은행원의 삶을 살았다. 이후 20억원을 투자해 의약품 유통회사 영동메디칼을 인수하며 바이오업계에 뛰어들었다.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한 그는 2008년 영동메디칼 부설연구소를 독립시켜 와이디생명과학을 설립했다. 이 대표는 “가족은 물론 주변에서도 반대가 심했지만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큰 목표였다”고 말했다.
YD-312는 와이디생명과학의 대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다. 만성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성분인 이매티닙의 적응증을 당뇨병성 황반부종으로 확장한 신약 재창출 의약품이다. 2014년 와이디생명과학이 아주대 산학협력단에서 도입했다. 당뇨병성 황반부종은 망막혈관에서 혈액성분이 밖으로 새어 나와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이 부어 시력을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당뇨 환자의 10%가량이 이 병을 앓고 있으며 병세가 악화하면 실명으로 이어진다.
YD-312는 줄기세포인자(SCF)와 SCF 수용체인 시킷(c-KIT)이 결합하면 혈관 투과도가 증가하고 신생혈관이 발생하는 것에 착안했다. YD-312는 시킷의 활성을 저해해 혈관 투과도와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원리다. 기존 치료제로는 혈관내피성장인자인 VEGF를 억제하는 아일리아와 루센티스가 있다. 이들 제품은 환자가 몇 주마다 병원을 방문해 눈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 대표는 “YD-312는 세계 최초로 먹는 망막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어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이 뛰어나다”며 “VEGF 억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도 약효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 협상 중와이디생명과학은 한국과 미국에서 YD-312의 임상 2상을 진행했다. 임상 결과는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다. 글로벌 제약사 6곳과 기술수출 협상을 벌이고 있다. 2상 결과에 따라 기술수출이 확정될 전망이다. 전임상에서 황반 부위의 염증 억제 효과를 확인했고 이매티닙이 안전성 측면에서 검증된 약물이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YD-312는 적응증을 당뇨병성 망막증, 노인성 황반변성 등으로 확장해 연내 미국에서 임상 2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와이디생명과학은 후속 파이프라인 연구개발(R&D)을 위해 2018년 자회사 에일론을 설립했다. 단백질 3차 구조와 화합물 구조를 인공지능으로 학습시킨 뒤 후보물질군을 고속으로 찾아내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후보물질 탐색 정확성을 높이면 특정 질환 단백질에 작용할 수 있는 화합물의 수가 줄어든다”며 “올해부터 후보물질을 발굴해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와이디생명과학은 지난달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기업공개 절차에 들어갔다.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는 지난해 통과했다. 상반기 상장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YD-312를 성공시킨 뒤 후속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