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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출국세가 안 걷혀요!"…관광 재정도 파산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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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정부 관광 재정에까지 직격탄을 날렸다. 예산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의 '돈줄'이 모두 막혔기 때문이다. 문체부 관광진흥개발기금은 '출국납부금'과 '카지노납부금' '융자원금회수'가 재원이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은 물론 다중시설 내 오락산업까지 모두 셧다운되면서 기금수입이 제로(0)에 가깝게 곤두박칠 쳤다.
"이렇게 가다간 국가 관광산업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국자 '반토막' 출국납부금 400억 증발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출국납부금이 일단 걷히지 않고 있다. 공항과 항만이 모두 '셧다운(일시적 운영중단)'되면서 출국납부금 징수가 이달 들어 90% 가까이 줄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병한 1월부터 출국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한 1월 인천과 김포, 제주 등 전국 8개 공항 출국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만5413명(-3.5%)이 줄었다. 본격적인 국내 확산이 시작된 2월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19만9786명(-48.2%)이었다. 한국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한 국가가 130여개로 늘어난 3월은 출국자가 90% 가까이 줄면서 감소폭이 한층 가팔라졌다. 올 1월부터 3월 중순까지 증발한 출국납부금만 400억원이 넘는다. 출국납부금은 항공, 선박을 이용해 국내에서 해외 나가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내는 출국세다. 항공료와 선박요금에 포함돼 항공은 1인당 1만원, 선박은 1000원이 부과된다.

정부는 올해 출국자가 역대 최대인 48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총 4677만7967명이 출국했고, 총 4006억원이 걷혔다는 점을 감안한 수치다. 올해 출국납부금 수입도 4177억원으로 잡았다. 이같은 계획이 코로나19 사태로 연초부터 꼬여버린 것이다.
문제는 출국자 감소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접어들면서 바닥까지 떨어진 여행수요가 되살아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대다수 전문가와 여행업계는 확실한 치료제가 나오기 전에는 해외여행 수요가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상반기에만 약 2000억원 안팎의 재원이 펑크날 가능성이 생긴다. 한 종합여행사 관계자는 "앞으로 한두 달 안에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다는 전제 하에 여름 휴가철을 앞둔 6월께 수요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연말까지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관광사업체들에 빌려준 융자금 수천억 원도 올해안에는 돌려받기 어렵다. 처지가 어려운 여행·관광업계의 현실을 고려해 만기 상환을 1년 유예해줬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8일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장관회'에서 업종별 지원대책으로 여행·관광업계에 대한 특별융자 규모를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올해가 만기인 융자금의 원금 상환기한을 1년 늦추는 융자상환유예 대상도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이러면 정부가 올해 예상한 융자금 원금회수 수입 6003억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0억원이 관광 예산에서 고스란히 빠지게 된다.
결국 출국납부금 감소분까지 감안하면 최소 4000억원이 기대수입에서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기금에만 의존하다 자초한 태생적 위기

최근 5년간 평균 68% 안팎 수준이던 문체부 관광 예산의 기금 의존도는 하필 올해 90% 가까이로 높아졌다. 문체부 올해 관광 예산은 총 1조3443억원. 이 중 관광진흥개발기금이 1조1680억원으로 86.9%다. 지난해 9967억원에서 올해 1713억원이 늘었다. 1조원이 넘는 기금이 관광 재정에 쓰이기는 2017년(1조579억원) 이후 3년 만이다. 정부는 올해 전체 관광 예산의 75%인 1조180억원을 출국납부금과 융자원금회수 수입으로 충당할 계획이었다.
문체부는 일단 비상금 격인 '여유자금'으로 버틸 계획이다. 2019년 12월 기준 관광진흥개발기금 여유자금 잔액은 2811억원. 하지만 이미 이 돈에서 코로나 피해지원 특별융자 1000억원, 추경(정기융자 증액) 800억원 등 1800억원을 빼서 썼다. 올 연말까지 출국납부금과 융자원금회수 수입이 1000억원 이상 줄어든다면, 기획재정부의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부족한 돈을 꿔와야 한다.

이렇게 되면 문체부의 재정상태가 심각해진다. 이미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부터 8000억원이 넘는 돈을 빚진 상태다. 여기에 올해 추가로 돈을 빌리면 관광진흥개발기금의 부채 규모가 1조원을 훌쩍 넘게 된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자본금(830억원)을 포함해 3조2073억원으로 꽤 큰 편이다. 하지만 부채와 여유자금을 뺀 2조원 가량은 관광사업체 융자로 나가 있어 당장 사용할 수 없는 돈이다. 곶간이 텅 빈 상태에서 들어올 수입마저 급감한다면 계획했던 정책사업 실행은커녕 고사상태인 관광여행 업계를 도울 처지도 못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금 의존도 낮추고 재정 안정성 높여야

당장 연초에 세운 문체부의 재정집행계획부터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해 8만명에서 12만명으로 지원 규모를 늘린 근로자 휴가지원,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예산을 배 이상 늘린 관광벤처 및 창업지원 등 굵직한 정책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올해 첫발을 떼려던 5대 관광거점도시(부산·강릉·전주·목포·안동) 육성, 국민 6만명을 대상으로 시행하려던 국민관광상품권 지원사업도 예정대로 추진될 지 미지수다. 문체부는 올해 상반기 중 전체 관광 예산의 절반이 넘는 8563억원(63.7%)을 집행할 계획이었다.

내년엔 카지노납부금 감소가 또 문제

내년도도 문제다. 기금의 또 다른 재원인 카지노 운영이 전면 중단된 탓에 내년도에 받을 카지노납부금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어서다. 관광진흥개발기금 재원의 20~25%를 차지하는 이 납부금은 전국 17곳 카지노가 전년도 연간 실적(매출액)의 9.5~10%를 내 만든다. 일단 올해는 작년 매출 기준으로 2696억원을 확정해 수입과 예산에 넣어놨다. 하지만 내년엔 받을 돈이 크게 줄어든다. 코로나 19사태의 파장이 기금운영에 2년이나 악영향을 키치는 셈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기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관광 재정 특성상 기금 수입이 줄면 막 날개를 펼치려던 한국 관광산업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코로나와 같은 위기상황을 견뎌 낼 수 있도록 관광산업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금에만 의존하는 현행 관광 재정의 구조적인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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