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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식만 안 오른다…" 종목 장세의 복잡한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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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는 시장에서의 거래라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태도다."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글로벌 경제의 '블랙스완'(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주식시장 폭락에다 각국의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까지 이어지자 '가보지 않은' 통화정책(금리인하)까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폭락 장세에도 일부 종목들은 급등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시장의 변동성이 크지만 유동성(투자자금)이 풍부해 이른바 '종목 장세'가 펼쳐지는 양상이다.

보유 중인 주식의 주가가 급락한 탓에 손절매하지 못하고 장기 보유할 수밖에 없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이 시기에 애써 기대감을 품게 된다. '내 주식의 호재' 발표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17일 간밤 미국 뉴욕증시의 11~12%대 폭락을 목격한 시장참여자들은 개장 전 공포감에 휩싸였다가 미국 야간선물시장과 중국 증시의 장중 반등에 힘입어 한숨을 돌렸다.

국내 대형주(株)가 포진해 있는 코스피 지수도 이날 장중 한때 1722.97포인트를 기록하며 반짝 반등에 나섰다. 다시 쏟아지는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견뎌내지 못하고 전날보다 2.47% 하락한 1672.44에 장을 마쳤지만, 일부 종목들은 급등세를 보였다.

매수세가 몰린 덕에 급등한 주인공은 신세계(8.92%)와 SK케미칼(8.66%) 한샘(8.62%) 녹십자(7.20%) 두산중공업(7.11%) 호텔신라(6.09%) 오리온(5.47%) 아모레퍼시픽(5.42%) 태영건설(6.00%) 현대백화점(4.63%) S-Oil(3.93%) 농심(3.88%) 부광약품(3.90%) 한화솔루션(3.14%) 등이다.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 지수는 비교적 큰 폭 반등에 성공했다. 2.03% 급등한 514.73에 거래를 끝냈다. 미국 증시의 폭락 공포를 감안하면 예상하기 어려운 강세다.

이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오히려 '큰 손'으로 급부상 하루에만 2490억원가량 순매수 했다. 기관도 840억원 이상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개인은 오히려 3340억원 '팔자'를 외쳤다.

코스닥에서도 시가총액(주식을 시가로 표시한 금액) 상위주 대부분 상승 마감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에이치엘비가 각각 4.44%와 8.50% 올랐고 펄어비스도 6.90%의 주가상승률을 나타냈다. 스튜디오드래곤(2.24%) 케이엠더블유(4.57%) 씨젠(10.52%) 휴젤(12.28%) SK머티리얼즈(6.02%) 등도 크게 뛰어올랐다.

종목 장세는 대체로 시장의 변동성이 낮아지거나 시장 내 투자심리가 안정되기 전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엔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고 코로나19 여파에 상대적으로 영업상 타격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장기업의 주식이 반등 폭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증시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유동성이 풍부하다면 시장은 금새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날마다 '셀 코리아'를 외치는 외국인과 반대로 개인투자자들은 '사자'를 외치고 있는데 아직까지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이야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폭락 장세에서도 개인들은 이달에만 7조4710억원가량(17일 종가, 유가증권시장 기준) 집중 매수했다. 개인들은 이달 첫 거래일인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곤 매일 주식을 샀고, 4일 이후로는 9거래일째 매수 행진을 보이고 있다.

증시의 추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반드시 '종목 장세'에 개인들이 기대를 걸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드시 나타나게 될 블랙스완에 대비(혹은 투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해 유명해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주장을 눈여겨 볼 만한 때다.

월가의 현자로 불리는 그는 1960년 레바논에서 태어나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프랑스 파리 제9대학에서 금융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월스트리트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 위기관리 전문가로 일해오다 확률 공부에 빠져 확률이론을 철학과 수학 그리고 투자 문제에 대입해 해석하며 25년간 잇따라 밀리언셀러를 집필 중이다.

나심 탈레브는 항상 금융가(街)에 대한 부정적인 자세를 취한다. 그는 "금융 트레이더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답변을 내놓을 텐데 자기가 팔아야 할 상품(주식 등)의 상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고객(개인)에게 매입을 권유할 것"이라며 "다만 동종업계의 다른 트레이더들에게는 이런 식으로 판매를 시도하지 않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 업계 동료들에게 배척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매수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는 (주식)시장에서의 거래라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태도"라며 "즉 상품에 관해 판매자가 알고 있는 것은 구매자도 전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칫 '정보의 비대칭성'에 기대어 투자리스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그는 특히 "어디에든 나타날 수 있고 '복합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와 제한된 환경에서만 나타나고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리스크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파멸을 유발할 수 있는 전략이라면 아무리 이익이 커도 포기해야 하는데 왜냐면 위험한 일을 반복해서 행할수록 기대수명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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