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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검진 후 식당 동행한 해수부 공무원들 [조재길의 경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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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공무원 27명이 한꺼번에 코로나19에 감염된 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충격적입니다. 전국 집단감염 사례 중에서 서울 구로구 A생명보험 콜센터를 제외하면 최대이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발생한 코로나19 확진 환자 8000여명 중 집단감염이 80%를 넘는다는 점에서, 집단감염을 막는 일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단감염에 대한 방역대책 수립을 수 차례 지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위치한 세종시에서, 그것도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단체로 코로나19 판정을 받은 건 큰 우려를 낳습니다. 정부세종청사엔 국무조정실을 비롯해 20개 중앙부처와 15개 소속기관 등 35개 기관이 입주해 있습니다. 상주 인원만 1만5000여명에 달하지요. 당분간 어느 정도의 행정공백이 불가피합니다.

정부가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각 청사를 연결하는 통로와 옥상정원 출입을 전면 차단하기로 했으나 이미 보건복지부, 보훈처, 대통령기록관,인사혁신처 등 전방위로 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거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해수부 공무원들이 세종시 선별진료소에서 단체로 검진을 받은 뒤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뒷말을 낳고 있습니다. 세종시가 공개한 확진자 동선을 보면, 해수부 공무원인 세종시 25번 확진자는 평일이던 지난 12일 오전 10시 선별 진료소에서 검진을 받았고, 10시39분 봉암리 곰탕집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이후 오후 3시18분 연서면 편의점을, 3시25분 마트를 각각 들른 것으로 나옵니다.

같은 해수부 소속 공무원은 25번 확진자와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전 9시20분 보건소 검진을 받은 이후인 10시23분 약국에 들렀다가 10시39분부터 같은 봉암리 곰탕집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25번 확진자와 같은 시간인 오전 11시10분 식당을 나왔고 사무실로 복귀했다가 오후 5시 귀가했지요. 두 사람 모두 같은 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사스 바이러스 대비 인체 침투력이 1000배가량 높은 코로나19의 특징을 감안할 때, ‘잠재 환자’와의 공동 식사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 대구 한전MCS 남동지사에서 12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도 이들 중 9명이 식사를 같이 했기 때문이지요. 공기업인 한전MCS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차원에서 작년 신설한 한국전력 자회사입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구내식당 점심시간마저 시차를 두고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식사 때도 마주보지 않고 한쪽 방향으로만 앉도록 안내하고 있지요. 앞서 방역 주체인 보건복지부의 한 공무원도 줌바 댄스를 수강한 뒤 지난 7일 뒤늦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도 나왔습니다. 공무원들의 솔선수범이 요구됩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확진자 동선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점 역시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근 ‘올바른 동선 알림을 시행해달라’는 민원이 올라왔습니다. “확진자 동선에 00약국, 00편의점, 00식당이라고 표현돼 있는데, 상호명을 밝히지 않으면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게 골자입니다. ‘퀴즈를 풀라는 것 같은’ 이런 식의 공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집단감염에 노출되면서, 국회 등으로 순식간에 퍼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평소 중앙부처와 국회 간 접촉이 잦기 때문입니다. 확진 판정을 받은 해수부 공무원은 지난 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동석했던 것으로 드러나 당시 회의 자리에 있었던 국회의원 등이 모두 자택격리된 뒤 전수 조사를 받았습니다.

민간기업들은 방역에 초비상입니다.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건물 전체를 비워야 하고, 기업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지요. 고용과 월급, 성과급과도 직결됩니다. 중앙정부 소속 공무원들이 이런 절박함을 갖고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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