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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으려다 전셋값은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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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사는 박모씨(38)는 최근 직장 문제로 서울에서 집을 알아보다가 고민에 빠졌다. 전셋값이 비싸도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4억원대로 눈여겨봤던 강동구 고덕동 ‘고덕아이파크’ 전용 84㎡는 전세가격이 6억원 중반대로 뛰었다. 인근 경기 구리와 하남도 알아봤지만 이들 지역 전셋값도 만만치 않았다. 박씨는 “이젠 4억원 정도로는 서울 외곽에서도 어지간한 전세에 들어가기 힘들겠다”고 푸념했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되레 서울 및 인접한 수도권 일대 곳곳의 전셋값을 밀어올리는 양상이다. 나오는 매물이 한정된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며 자금력이 줄어든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돌아서고 있다. 실수요자는 서울에서 외곽으로, 또 수도권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 지역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이 빠르게 올라 매매가격의 70%를 넘었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집계한 ‘1분기 전세가율’ 자료를 보면, 경기도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71.5%다. 작년 4분기(68.2%)에 비해 3.3%포인트 상승했다.

전셋값 상승률 면에서도 경기 지역이 다른 지역을 앞선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전세가격 변동률 상위 10개 지역 중 5곳이 용인 수지(0.45%) 화성(0.37%) 의왕(0.32%) 구리(0.29%) 등 경기 지역이었다. 구리 인창동의 ‘인창 원일가대라곡’ 전용 84㎡는 지난달 3억3500만~3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작년 9월까지만 해도 2억원 중반대면 전세를 구할 수 있었다. 5개월 새 가격이 1억원 가까이 뛰었다. 서울 동부권과 맞닿은 남양주 다산동 ‘지금동 한화꿈에그림’ 전용 84㎡는 3억2000만원에 전세 거래를 마쳤다. 작년 8월 2억6000만원에서 6000만원 상승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서울에서 밀려난 ‘전세 난민’이 경기로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도 “서울엔 세금,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전세 매물이 많이 줄었다”며 “서울에서 비교적 저렴한 곳에서 전세를 살던 젊은 층이 이젠 경기로 옮겨가면서 전셋값을 올려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전세가격이 높아지면서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우려도 나온다. 남양주 S공인 관계자는 “전세가격이 뛰고 있다 보니 불안해하는 손님들이 있다”며 “2년 뒤 전세금이 내려갈 수도 있는 데다 매매가도 계속 더 오른다는 보장이 없어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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