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 원유시장 가격 전쟁이 세계 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력을 낮출 수 있다며 강력 비난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전세계가 코로나19 사태라는 엄청난 도전에 직면한 와중 사우디와 러시아가 가격 전쟁에 나섰다”며 “이는 아무리 좋게 보려도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와중에 주요 산유국 둘이 가격 전쟁을 벌이면서 시장이 더 불안정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는 어느 나라가 코로나19 퇴치에 앞섰고, 어느 나라가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는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사우디는 원유 감축안에 합의를 보지 못한 이후 유가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사우디가 협상력을 올리겠다며 공격적 증산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제 유가가 급락했다. 이날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4월 첫날부터 산유량을 하루 1230만 배럴로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람코의 지난달 하루평균 생산량(970만 배럴)보다 27% 많다. 같은날 러시아 에너지부도 러시아 석유기업을 통해 하루 20만~30만 배럴을 증산할 수 있다고 맞섰다.
전날 IEA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국제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금융위기 중이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IEA는 올해 세계적으로 석유 수요가 전년대비 일평균 9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IEA의 비관적인 시나리오상으로는 일일 수요 감소폭이 73만 배럴에 달한다. 코로나19가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이로 인한 경제적 타격 회복이 더딜 경우를 가정한 경우다.
러시아와 사우디간 가격 전쟁은 원유시장을 비롯해 세계 경제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주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각 관계자 발언에 따라 가격이 5% 이상 출렁이고 있다.
이날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이 사우디와 추가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자 7일부터 그간 급락세였던 유가가 확 올랐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23달러(10.4%) 오른 34.36달러에 거래됐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2.86달러(8.3%) 상승한 37.22달러에 거래됐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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