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11일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회사 ‘인바이츠 헬스케어’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은 2011년 서울대병원과 함께 헬스커넥트를 세워 원격의료 사업을 추진했으나 의료법에 막혀 적자에 시달렸다. 최근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로 규제가 완화되는 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자 다시 도전장을 냈다. 의료법 규제가 덜한 중국 등 해외 시장에 본격 진출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 출시
SK텔레콤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뉴레이크 얼라이언스, 하나로의료재단 및 서울의과학연구소를 운영하는 SCL헬스케어그룹과 손잡고 인바이츠 헬스케어를 설립했다. 인바이츠 헬스케어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헬스커넥트가 서비스해온 당뇨병 관리 플랫폼 ‘코치코치당뇨’를 계속 운영하고 새로운 서비스도 연내 출시한다.
당뇨병뿐만 아니라 심혈관, 호흡기, 뇌질환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각종 만성질환 관리를 돕는 종합 건강관리 플랫폼도 개발하기로 했다. 스마트 병원 솔루션도 선보인다. 의료용품 구매와 관리를 돕는 스마트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시스템과 의료기관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기존 헬스커넥트 지분 33%, 현금 100억원 등을 포함해 총 450억원을 인바이츠 헬스케어에 투자했다. 뉴레이크 얼라이언스가 43.5%의 지분율로 1대 주주에 오르고, SK텔레콤은 43.4%로 2대 주주가 될 예정이다. SK텔레콤에서 헬스케어 사업을 총괄했던 김준연 헬스케어 유닛장이 합작회사 대표로 선임됐다. 헬스케어 유닛의 핵심 인력 다수도 신생 법인에 배치했다.
“중국 시장 공략 포석”
SK텔레콤은 인바이츠 헬스케어를 기반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1억7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중국 의료 플랫폼 사업자 ‘지엔캉 160’과 손잡고 올 3분기 현지에서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를 출시한다. 국내 헬스케어 중소기업과 함께 중동,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이번 합작회사 설립이 의료법 규제가 덜한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원격의료를 금지하는 규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충칭 등 중국 각지에 민영병원을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자회사 나노엔텍을 통해 의료진단 기기를 개발하는 등 헬스케어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그러나 주요 사업으로 추진해온 원격의료 서비스가 의료법 규제로 막혔다. 헬스커넥트가 2018년 기준 199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사업이 막히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중국에 ICT를 적용한 헬스케어센터를 설립했다. 2014년부터는 분당서울대병원과 손잡고 사우디아라비아에 병원정보시스템(HIS)을 수출했다.
SK텔레콤은 최근 국내 시장도 다시 열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되고 정부가 마이데이터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의 자기 정보 활용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개념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확대되면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는 자신의 진료 기록을 내려받아 관리하고 직접 건강 정보를 입력해 병원에 제출하는 등의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이 커질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가 의료, 금융, 유통 등 여러 분야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데이터 3법의 통과로 사업 가능성도 열렸다”며 “개인이 안심하고 본인의 데이터를 저장·관리·활용할 수 있는 건강 관리 플랫폼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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