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자금원을 확보해 신약 연구개발(R&D)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전혀 다른 기전(약물 반응)의 치매 치료제를 선보이겠습니다.”
노기선 메디프론 사장(사진)은 10일 회사의 R&D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메디프론은 최근 바이오 기업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매년 수십억원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콘텐츠 기업인 브레인콘텐츠가 메디프론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브레인콘텐츠 역시 코스닥 상장사다. 바이오 기업은 당장 이익 창출을 못하고 단발성 투자를 받아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메디프론은 이번 인수로 다른 바이오 기업과 차별화했다.
노 사장은 “브레인콘텐츠는 탄탄한 재무구조와 안정적인 영업 실적으로 9개 계열사를 갖고 있는 우량 기업”이라며 “메디프론을 이익이 나는 바이오 회사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브레인콘텐츠는 2019년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자산 2620억원에 연결 매출 1111억원, 영업이익 91억원을 올렸다. 그는 “메디프론으로선 이번 매각으로 250억원의 현금 자산을 확보해 투자 여력을 확충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브레인콘텐츠 자회사인 화장품 기업 스와니코코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는 게 노 사장 설명이다. 그는 “R&D에 강한 바이오 기업의 강점을 살려 코스메슈티컬(화장품+의약품) 원료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미세먼지 등으로 코스메슈티컬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프랑스와 일본 제품이 선점한 중국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건강기능식품 사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본업인 신약 R&D도 이번 인수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노 사장은 전망했다.
그는 “지금까지 치매 치료제 연구는 치매 원인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세포에 축적되는 걸 막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이는 실패를 거듭했다”며 “메디프론은 이와 달리 타우단백질의 인산화(물질에 인산이 붙는 반응)를 억제하는 기전의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노 사장은 또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치매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는 뇌의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기전의 치매 치료제도 연구하고 있다”며 “이 치료제는 2022년께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도출한 뒤 이듬해 임상을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메디프론 주가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다. 노 사장은 “지난달 21일 인수합병 발표 이후 바이오 사업 위축에 대한 우려, 인수자에 대한 정보 부족 등의 이유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향후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경성 통증에 대한 파이프라인도 있는데 이 물질로 하반기에 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먼저 개발을 완료해 회사의 R&D 역량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사장은 연세대 행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27년간 메리츠종금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에서 투자은행(IB) 전문가로 일했다. 2017년 메디프론에 부사장으로 영입됐으며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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