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일대를 재개발하는 서울 을지로 ‘세운 재정비촉진지구 3구역’ 재개발 사업이 잇단 정책 리스크에 고전하고 있다. 을지면옥 등 노포 보존 문제 때문에 1년 넘게 일정이 지연된 데 이어 이번엔 정비구역 해제 문제에 발목을 잡혔다. 개발 계획이 오락가락하면서 2000억원에 가까운 추가 손실이 불가피해졌다고 정비업계는 주장했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세운3구역 개발 사업은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가 일몰 여부를 최종 판단할 때까지 잠정 중단된다. 세운 3구역은 3-1과 3-4, 3-5 등 총 10개 소구역으로 네모 반듯하게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하단부에 있는 3-8과 3-10 두 곳이 일몰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시는 다음달 도시재정비위원회를 열고 최종 일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지난 4일 일몰제 대상이 되는 구역을 정비구역에서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체 171개 구역 중 152개(2구역 35곳, 3구역 2곳, 5구역 9곳 등)가 일몰제 대상에 해당된다. 구역 지정이 이뤄진 2014년 3월 27일 이후 5년 이내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하지 못한 곳이다.
3구역 토지주들은 구역이 해제되면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반발하고 있다. 진입 도로를 개설할 수 없게 돼 세운 3구역 전체의 도로 기능이 상실된다는 것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전체 개발이익이 줄어들어 당초 계획한 도로와 공원 공공기여(기부채납)도 불가능해진다”며 “3구역 전체 도로망 기능이 상실되고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협의 중인 3-9구역 진입로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2구역 토지주들 역시 정비구역 해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구역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종로구가 주민 동의 등을 받아 서울시에 일몰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1979년부터 재개발에 들어간 세운지구는 잦은 서울시 정책 변화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당초엔 세운상가군을 철거하고 주변 8개 구역을 대규모 통합 개발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171개 중소 규모 구역으로 쪼개서 분할 개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1월엔 서울시가 노포 보존을 이유로 다시 한번 사업을 멈춰 세웠다. 이후 1년여 만에 대규모 구역 해제 방안을 담은 새 계획안을 내놨다.
3구역의 한 토지주는 “지난해 75% 동의를 받아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했지만 서울시가 양식이 맞지 않는다고 반려했다”며 “과반수 주민이 원하고 있는데 규정만 따져 일몰 적용을 강행하려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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