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속도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19. 국내 사망자 수는 2015년 창궐했던 메르스 때(38명)를 훌쩍 추월했습니다.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전염병 대란입니다. 기저 질환이 있는 호흡기 환자에겐 치명적이기 때문에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전세계적으로 확산일로에 있습니다. 최근엔 10만명을 넘어섰지요.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격리’만이 해법인데 현대 사회에선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입니다.
다만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감염자를 배출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조금씩 희망이 보입니다.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려면 최소한 올해 여름을 넘겨야 할 게 확실시됩니다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점차 진정되는 단계로 나아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몇 가지 단서가 있습니다.
1. 압도적으로 낮은 사망률현재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 7일 기준으로 총 91개국에서 10만330명 발생했습니다. 이 중 3408명이 사망했지요. 사망률은 3.4%입니다. 전세계를 공포로 불어넣었던 신종 플루의 치사율(0.02~ 0.05%)보다 100배가량 높지요.
그런데 한국에선 유독 치명률이 낮습니다. 지금까지 738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중 51명이 사망했습니다. 치사율이 0.7%로, 전세계 평균 대비 5분의 1에 불과하지요. 수준 높은 의료진과 의료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는 덕분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된 이후 대구지역으로 새로 들어간 의료진이 600명을 넘고, 자원봉사 의료진 800여명이 투입 대기 중입니다. 헌신적인 의사·간호사가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국내 확진자 수가 본격적으로 줄기 시작하면 사망률은 상대적으로 소폭 상승할 것입니다만 세계 평균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2. 서울·수도권은 '통제 범위'인구 밀집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인 서울의 확진자 수는 누적 기준 130명입니다.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에선 152명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5178만명 중 서울(973만명)과 경기도(1324만명) 비중이 44.4%란 점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이죠.
전체 확진자 수(7382명) 대비로는 3.8%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까이 거주하는 서울·수도권은 여전히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입·출국자가 집중된 국제공항을 끼고 있는데다 경제 활동이 가장 활발한 대도시에서 상당 수준으로 확산을 저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정부가 수 차례 헛발질을 했는데도 높은 시민의식이 이를 가능케 했습니다. 대다수 시민들은 쉽게 구할 수도 없는 마스크를 반복 사용해가며 엄격한 자기방역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3. 전국 감염자 수도 진정 기미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 수가 조금씩 줄고 있는 것은 무척 긍정적인 사인입니다.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만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조금씩 나옵니다.
일별 신규 확진자 수를 보면, 지난달 27일엔 하룻동안 909명이 발생했으나 지난 2일 686명, 3일 516명, 4일 438명, 5일 518명, 6일 483명, 7일 367명, 8일 248명으로 진정 기미를 보입니다. 신천지 신도에 대한 집중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신천지 악몽’도 끝을 보일 조짐이죠.
코로나19 검사 대비 확진율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8.8%로 정점을 찍은 뒤 이달 초 4%대를 보였다가 현재 3%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요.
주한규 서울대 교수가 오늘 ‘Verhulst 방정식’에 지역 확산항을 대입해 미분 방정식을 수정하고 수치해를 구한 다음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계산해 봤더니, 향후 예상되는 국내 확진자 수(최종)가 총 8461명으로 나왔습니다. 지금보다 1079명 정도 많은 숫자이죠. 주 교수는 "다소 보수적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실제보다 과소예측 됐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신천지 사태와 같은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조건입니다. 당분간 매일 확진자 수가 쏟아지겠지만 '패닉'에 빠질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자영업자, 일용 노동직, 프리랜서 등의 고통이 너무 큽니다. 하루 빨리 종식되길 기원합니다.
조재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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