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예비 신혼부부들이 결혼식을 연기·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를 둘러싼 환불·위약금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예식업계에 "위약금을 받지 말거나 깎아주고, 최소 보증인원(대금 지불이 약속된 최소 하객 수)을 줄여달라"고 권고했다. 예식업중앙회는 소비자와 업주 양측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으로 '위약금 없는 결혼식 연기'를 제시했다.
6일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달 19일부터 28일까지 불과 열흘 사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는 모두 478건의 예식 서비스 관련 소비자 민원이 접수됐다. 이는 작년 1월 비슷한 기간(1월 20∼31일) 민원 건수(2건)의 약 240배에 이른다.
공정위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예식일 90일전까지 취소 시 계약금 전액 환불 △60일전까지 취소 시 총비용의 10%(계약금) 위약금 △30일전까지 취소 시 20% 위약금 △그 이하 기간 취소 시 35% 위약금을 규정한다.
하지만 공정위의 예식장 이용 표준약관 제 12조 2항에 따르면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계약서상 예식 일시에 예식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위약금 없이 취소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민원 건의 대부분은 코로나19 사태로 결혼을 취소하려는 예비 신혼부부가 '천재지변에 따른 불가항력적 상황'을 주장하고, 예식장 업주는 천재지변이 아니니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위약금을 받아야 한다고 맞서는 경우들이다.
예식장 환불·위약금 갈등이 고조되자, 공정위가 중재에 나섰다.
공정위 약관심사과는 지난 4일 예식업중앙회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결혼식을 연기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해주고, 취소할 경우 위약금을 감경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혼주가 최소 보증인원 축소를 요청하면 원만하게 협의해 조정할 것도 권고했다.
공정위의 이같은 권고에 예식업중앙회는 일단 소비자가 3∼4월 예정된 결혼식의 연기를 희망하면 위약금 없이 3개월까지 미뤄줄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경우 고객이 '이행확인서'를 작성해야 하고, 결국 식이 이행되지 않으면 위약금을 받겠다는 게 중앙회의 입장이다.
위약금 완전 면제에는 난색을 표했다. 중앙회는 "연기가 아닌 식을 취소할 경우 예식장 규모, 위약 금액에 따라 다른 비율로 위약금을 감경하도록 회원사들을 독려하겠다"고 했다.
김선진 예식업중앙회 사무국장은 "수도권 예식장들은 임대료와 인건비 등 한달 평균 2억원 가량의 고정비용을 쓴다"며 "위약금을 한푼도 받지 않으면 예식 수요도 없는 현재 상황에서 매출이 제로가 돼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다만 대구·경북 지역 혼주가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경우 바이러스 확산 예방 차원에서 대부분의 회원 예식장은 위약금 없는 취소를 권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증인원 축소에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 사무국장은 "최소 보증인원은 혼주가 감축을 요청하면 협의 후 조정할 수 있다"며 "중앙회 차원에서 수도권 회원들에는 최대 30% 정도의 감축을 허용해달라고 공지한 바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중앙회의 기본 방침조차 전국 예식장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중앙회 회원 예식장은 전국 약 380곳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수도권 140곳 정도에만 중앙회의 영향력이 미칠 뿐 나머지 지방 회원 예식장은 사실상 자율적으로 약관 등을 적용한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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