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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 "모빌리티社, 사업 확장 힘들어져…투자 매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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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서 제일 잘한 일 같습니다.”(이찬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 “그렇게 좋아보이면 이 대표님이 타다나 차차에 투자하시지요.”(김성준 차차 대표)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지난 4일 페이스북에서 벌어진 설전이다. 이찬진 전 대표가 이번 법안이 중장기적으로 모빌리티(이동수단) 스타트업 생태계를 살찌울 것이란 내용의 게시물을 올린 게 시작이었다. 김성준 대표는 이 전 대표의 의견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시장 논리로 움직이는 벤처투자업계가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외면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여객운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렌터카를 빌려 영업해 왔던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의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타다 운영사인 VCNC는 법사위에서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조만간 사업을 접겠다”고 발표했다.

타다와 비슷한 모빌리티 플랫폼인 차차의 선택도 똑같았다. 김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영업 종료’를 예고했다. 법 시행까지 1년, 처벌 유예기간을 합하면 1년6개월의 말미가 남았지만 주요 스타트업은 주저 없이 ‘사업 중단’ 카드를 꺼냈다.

벤처투자업계에선 벤처캐피털(VC) 투자심사역의 입장으로 보면 스타트업들의 반응이 이해가 간다고 설명한다. 개정된 여객운수법에 따르면 택시를 비롯한 유상 운송 수단의 총량을 정부가 관리하게 된다. 시장 진입이 자유롭지 않고 증차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가 쉽지 않다.

한 VC 심사역은 “모빌리티 분야는 거대 자본을 투입해 발 빠르게 기업 덩치를 키우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공식을 적용하기 힘든 시장이 됐다”고 분석했다.

여객운수법 개정안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키워드는 ‘기여금’이다. 면허를 사고파는 개인택시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모빌리티 스타트업에도 비용을 물리겠다는 게 법안의 핵심이다. 현재 개인택시 면허는 대당 8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차량 1000대를 굴리려면 800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여금의 규모와 납부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매월 대당 40만~50만원을 부과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 단위로 기여금을 분할 납부한다고 하더라도 모빌리티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기여금을 운임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택시보다 20~30% 요금이 비싸면 서비스가 좋은 대가라는 설명이 먹혀들겠지만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지면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법으로 물건 가격을 올려 받으라고 강제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국회가 ‘합법’을 ‘불법’으로 바꾼 전례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는 VC도 많다. VCNC는 타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로펌 두 곳에 법률 자문을 하고 국토교통부·서울시와 협의도 거쳤다. 어느 누구도 타다의 사업모델을 불법이라고 지적하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1심 법원이 타다를 ‘합법적인 렌터카 서비스’라고 판결한 배경이기도 하다.

VC들은 여객운수법 개정안 통과로 ‘한국은 위험한 시장’이란 인식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촘촘한 규제에 법률 리스크까지 감내하면서 한국 기업에 투자할 곳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논리다. 모빌리티업체들에 투자한 한 VC의 임원은 “더 혁신적인 방향으로 규제가 개선될 것으로 믿고 투자했는데 맥이 빠진다”며 “모험적인 투자에 나서는 게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모빌리티 분야가 일부 대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기여금으로 인한 출혈을 감내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이 정부가 내놓는 면허를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업계 일각에선 우버, 그랩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여객운수법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한국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성준 대표는 “대기업들이 면허를 충분히 확보한 뒤 가격을 후려치는 ‘덤핑’ 전략을 쓰면 스타트업은 상대가 안 된다”고 말했다.

송형석/최한종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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